낡은 학교 고친다는데..학부모들 왜 반발하나

김제림 2021. 7. 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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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은 초중고 리모델링
그린스마트스쿨사업 놓고
강남·서초학부모 반대 입장
"1년 넘는 장기간 공사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강행"
서울시교육청 "취소할수도"
교육부와 교육청이 한국판 뉴딜 중 하나로 추진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공간 혁신과 디지털화를 통해 학습 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학교 내 장기간 공사를 피할 수 없어 학부모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대곡초 학부모들이 이석주 서울시의원과 함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와의 면담을 신청하고 정식으로 대곡초에 대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대곡초 외에 서울 서초구의 A중학교에서도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철회에 대한 요구가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초 교육청이 지어진 지 40년이 넘어 증개축이 필요한 노후 학교에 대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로 리모델링할 곳을 선정하면서 대곡초가 대상 학교가 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곡초의 경우 석면 해체·제거 작업에 대한 요청이 학부모들에게서 지속적으로 있었는데, 냉난방 개선 사업 등 여러 공사를 개별적으로 하기보다는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사 기간이다. 공사 기간이 짧게는 6~8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이어질 정도로 긴데, 그 기간에 학생들은 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모듈러 건물에서 수업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최신 기술로 설치되는 모듈러 교실은 과거 컨테이너 박스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안정적"이라면서 "기존 건물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학부모회장 김 모씨는 "대곡초는 학교 운동장 면적이 넓지 않은데, 그 공간에 학생들을 다 수용하려면 6층 높이 건물을 모듈러로 설치해야 한다고 들었다"면서 "가건물이 안전성 문제에선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학교 측이 학부모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를 노출하며 오히려 불신을 더 키웠다. 2021학년도 1학기 학교평가 설문지를 통해 리모델링 공사에 대한 안내가 있었는데, 이때 '2022학년도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대상 학교 선정, 석면 공사 및 내진 공사 진행 예정'이라는 설명만 있었을 뿐 자세한 안내가 없었다. 지난 5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2021 리모델링 사업 설문조사에서도 정보가 불충분했다는 게 학부모들의 불만이다.

학교장이 2019년 혁신학교 전환을 추진한 것이 이번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추진에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혁신학교 사업으로 오해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내용 중에선 지역 사회 거점으로 지역과 학교 시설을 공유하는 내용이 있는데, 이 또한 학교 내 안전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완전 신축이라면 학교 공간 일부를 지역 사회에 개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겠지만 리모델링 사업 정도로는 외부와 시설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자 학교에서 철회 요청 공문을 받아오면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나섰다.

대곡초 같은 사례는 앞으로 다른 학교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시에는 지어진 지 60년 넘은 학교가 93개 있는 등 노후화가 심각해 공사가 불가피한 학교도 많아 순차적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돼야 하는 측면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듈러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에 대한 불안은 있을 수 있지만 기존 교실이나 수업 환경에서 차이점이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학부모들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만큼 반발이 거셀 경우 대상지 선정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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