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둘째 김동원 뒷심..한화 벤처투자가 달라졌다

김기철 2021. 7. 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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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야놀자에 300억 베팅
한화 보유가치 10배이상 쑥
'동남아 우버' 그랩에 110억
핀테크·블록체인·플랫폼 등
미래산업 투자 확대 잰걸음
보수적 성향이던 한화금융
'젊은피' 金부사장이 큰 역할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최근 여행 플랫폼 야놀자에 2조원을 투자했다. 손 회장은 야놀자의 기업가치를 10조원 정도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자산운용은 3년 전인 2018년 4월 이미 야놀자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3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야놀자의 기업가치는 1조원 미만으로 평가됐기 때문에 한화투자증권·자산운용의 투자 지분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야놀자가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경우 한화의 지분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던 한화생명을 필두로 한 한화 금융 계열사들 투자 DNA가 달라지고 있다. 제조업에 투자를 집중해왔던 한화 금융 계열사들이 야놀자와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는 물론 가상화폐,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국내는 물론 동남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의 경우 2017년 9월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차량 호출·배달서비스 플랫폼 '그랩'에 1000만달러(약 110억원)를 투자했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그랩은 기업가치가 약 400억달러(약 44조원)로 평가받고 있어 한화로서는 또 하나의 투자 대박을 예고하고 있다. 그랩도 동남아시장에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금융자회사 그랩파이낸셜그룹인데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 이곳에 3억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2018년 3000만달러를 투자한 미국 생명공학 스타트업 자이머젠은 지난 5월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한화 금융 계열사의 달라진 투자 성향 중심에는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36·사진)이 있다는 것이 한화그룹 안팎 평가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본인도 MZ세대이기 때문에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그런 세대 감각이 투자 결정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음악 저작권 플랫폼인 뮤직카우에 7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MZ세대의 콘텐츠 소비 형태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있어 이런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서도 투자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손해보험이 지난 6월 반려동물 서비스 기업인 스파크펫에 투자할 수 있었던 것도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해도가 깊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에서 한화그룹이 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에서 가장 앞서갈 수 있었던 것도 김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 김 부사장은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겸 전략부문장으로 디지털 전략을 책임지고 있다. 핀테크 사업에 관심이 깊은 김 부사장은 2017년 조직개편 당시 미래전략실 산하 핀테크 사업 관련 태스크포스(TF)인 핀테크TF와 빅데이터TF, 오픈 이노베이션TF를 각각 실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물론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에 대한 투자에도 힘을 실었다. 한화 금융 계열사는 국내뿐 아니라 독일 인터넷 은행인 N26, 싱가포르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인 iSTOX에 대한 투자도 진행했다.

김 부사장은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도 크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2월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에 583억원을 투자해 지분 6.15%를 확보했다.

김 부사장은 직접 투자뿐 아니라 스타트업 육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 금융 계열사들은 서울 여의도 63빌딩과 강남에 스타트업의 요람인 드림플러스를 운영하면서 금융·핀테크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교육 등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과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회사 전체의 디지털 전환에 성과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전통적인 금융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 같다"며 "야놀자·두나무·그랩 등 성공적인 투자 성과가 그 결과"라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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