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 전자음의 만남..강렬함에 빠져들다

박준호 기자 사진 제공=국립극장 2021. 7. 2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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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리를 죽인 전자음과 속도를 맞추며 두 국악기는 차분하지만 불 뿜는 연주를 펼쳤고, 다시 볼륨을 키운 전자 사운드가 이번엔 장구, 꽹과리, 관악기가 이끄는 리듬에 발을 맞췄다.

전자음의 차가운 음색이 주도하는 곡에 어쿠스틱한 퍼커션과 타악기·관악기가 추가되자 온기가 느껴졌고, 차분한 국악 연주곡엔 이디오테잎의 연주가 더해지며 또 다른 힘이 배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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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서
공명-이디오테잎 밴드 컬래버 공연
수십개 악기·장비로 각자 음색 보완
보컬 없이 연주로만 화려한 피날레
[서울경제]

#신시사이저가 내는 전자음, 드럼의 비트가 커지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순간 국악기인 피리와 대금 선율이 치고 들어왔다.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리를 죽인 전자음과 속도를 맞추며 두 국악기는 차분하지만 불 뿜는 연주를 펼쳤고, 다시 볼륨을 키운 전자 사운드가 이번엔 장구, 꽹과리, 관악기가 이끄는 리듬에 발을 맞췄다. 그렇게 곡이 끝날 때까지 빈틈 없는 폭발적 에너지가 공연장을 휘감았다. 이 독특한 컬래버레이션의 주인공은 ‘퓨전 국악 1세대’ 월드뮤직그룹 공명과 일렉트로니카 밴드 이디오테잎(IDIOTAPE). 이들은 공연 내내 각각 수십 가지의 국악기와 전자음 장비를 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소리를 주고받았다.

퓨전 국악 1세대로 꼽히는 월드뮤직그룹 공명.

이디오테잎과 공명이 하나로 뭉친 자리는 지난 24일 막을 내린 국립극장 ‘여우락(樂) 페스티벌’의 피날레인 ‘공TAPE_Antinode’ 공연이었다. 공명은 지난 1997년부터 각종 타악기·관악기를 이용한 어쿠스틱 음악을 국내외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디오테잎은 국내외 록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일렉트로닉과 록을 조합한 파워풀한 무대를 꾸미며 음악성을 인정받은 밴드다. 접점이 없어 보이는 두 팀의 만남에는 공연 전부터 적잖은 관심이 집중됐다.

두 팀은 공연에 앞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로를 향한 오랜 관심과 호감을 드러냈다. 공명의 멤버 박승원은 “공연 제안을 받고 ‘괜찮겠는데? 해 볼 만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전 미팅부터 의욕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디오테잎의 멤버 제제도 “섭외 제안을 받으면서, 같이 하고 싶은 팀이 있느냐는 말에 공명을 얘기했다”며 “코로나 19로 공연이 줄어들면서 올해는 재미있는 작업을 하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공명과의 공연이 그런 의미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일렉트로닉과 록의 조합으로 파워풀한 무대를 선보이는 밴드 이디오테잎.

“빈틈을 볼 수 없을 것”이라던 이디오테잎 디구루의 자신감은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이들은 실제로 공연 내내 ‘보컬 없는 연주곡’으로만 내달렸다. 공명은 평소 악기를 수십 가지 쓰면서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는 팀이고, 이디오테잎 역시 전자음과 드럼의 조합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게 강점이다. 이런 둘의 만남이었다. 관객들은 여백을 찾기 힘들 정도로 공연장에 넘쳐 흐르는 ‘소리의 향연’을 만끽하고 또 만끽했다. 공명의 임용주는 “우리 팀의 사운드를 전자음악이 다 감싸주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우리 음악이 이렇게도 변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저마다의 음색으로만 질주하는 무대는 아니었다. 두 팀의 소리는 공연장에서 상호보완적이었다. 전자음의 차가운 음색이 주도하는 곡에 어쿠스틱한 퍼커션과 타악기·관악기가 추가되자 온기가 느껴졌고, 차분한 국악 연주곡엔 이디오테잎의 연주가 더해지며 또 다른 힘이 배가됐다. 일렉트로니카의 장르적 쾌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국악이 사이사이 빈 곳을 채워주며 흥과 서정성을 붙잡아주는 편곡의 노력이 엿보였다.

조명을 활용해 두 팀의 특징을 대조적으로 끌어내는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공명이 중심이 된 곡에서는 따뜻한 색채의 기본 조명만 사용해 서정성을 높이는가 하면 이디오테잎의 곡에서는 눈이 부실 정도로 현란하게 색깔과 위치를 바꾸는 LED를 적극 활용했다.

이들은 공명의 ‘구상나무’를 함께 연주하며 90분간의 전속력 마라톤 같은 공연을 마무리했다. 원곡의 고요하면서도 서정적 분위기에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얹으면서 몽환적 느낌을 극대화해, 공연의 마무리로 손색없었다. 비록 앵콜은 없었지만, 두 팀은 모든 걸 쏟아낸 듯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코로나 19 시국에도 공연장을 찾았던 관객들도 문을 나서며 처음 듣는 파워풀한 퓨전 국악에 만족한 모습이었다.

박준호 기자 사진 제공=국립극장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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