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와인버그 교수 88세로 별세..전자기력·약력 통합해 표준모형 이끈 선구자

이현경 기자 2021. 7. 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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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고(故) 이휘소 박사와 친분…암흑물질 공동연구 진행

‘최초의 3분’ 등 대중서 저술 활발

23일(현지시간) 향년 88세로 별세한 스티븐 와인버그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교수. 오스틴 텍사스대 제공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통합해 현대물리학의 토대가 되는 표준모형(Standard Model) 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미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 교수가 23일(현지시간) 향년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의 별세 소식은 그가 평생 몸담았던 텍사스 오스틴대의 발표로 알려졌다. 제이 하트젤 총장은 이날 성명서에서 “와인버그 교수는 수백만 명의 사람을 위해 우주의 신비를 풀어주고 자연에 대한 인류의 개념과 우리의 세계관을 풍요롭게 했다”며 “학생부터 과학 애호가, 천체물리학자에서 정부 의사 결정권자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이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난 와인버그 교수는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했고 16세에 이론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코넬대에서 학부를 마친 뒤 1957년 프린스턴대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2년 오스틴 텍사스대 교수로 옮긴 뒤 마지막까지 이곳에 몸담았다. 

와인버그 교수는 1967년 매사추세츠공대(MIT) 객원교수로 일할 당시 물리학 저널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의 상호작용을 밝히며 이 둘을 통합하는 모델이 담긴 3쪽짜리 짧은 논문인 ‘렙톤 모델(A Model of Leptons)’을 발표했다. 

자연계에는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등 네 가지 힘이 존재하고, 와인버그 교수는 이 중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을 통합할 수 있는 이론을 논문에서 처음 제시했다. 1년 뒤 파키스탄의 압두스 살람도 비슷한 이론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와인버그와 살람, 미국의 쉘든 리 글래쇼까지 3명은 이 공로로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의 통합 모델은 이후 표준모형의 정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1964년 영국 에든버러대의 피터 힉스가 다른 기본 입자의 질량에 관여하는 ‘힉스(Higgs)’ 입자를 제안한 뒤 와인버그와 살람, 글래쇼는 이를 표준모형에 사용했다.

와인버그 교수는 한국인 고(故) 이휘소 박사와의 인연으로도 유명하다. ‘힉스’라는 이름은 이 박사가 붙였고, 와인버그는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뒤 이 박사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와인버그 교수는 윔프와 액시온을 암흑물질 후보로 처음 제안한 인물이기도 한데, 이 박사와 함께 윔프를 제안하는 논문을 썼고, 이 논문은 이 박사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한 달 뒤 출판됐다.

그는 2016년 과학동아 30주년 기념 e메일 인터뷰에서 이 박사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잘 못했는데, 벤 리(이휘소 박사의 미국 이름)만은 예외였다”며 “그와 함께 연구하는 게 참 좋았고, 지금도 그가 그립다”고 말했다. 

와인버그 교수는 활발한 대중 저술 활동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그가 1977년 발간한 ‘최초의 3분’은 1960년대 중반 이후 학계에서 논의된 우주 탄생과 우주 팽창, 기본입자의 생성, 그리고 자연에 존재하는 여러 힘을 통일하기 위한 통일 이론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소개했다. 이 책에는 표준모형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도 자세히 들어 있다.  

그는 1993년 ‘최종 이론의 꿈(Dreams of a Final Theory)’이라는 책에서는 자연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최종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와인버그 교수는 뛰어난 업적만큼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1991년에는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국가과학메달을 받았고, 1997년에는 미국물리학회(AIP)가 수여하는 ‘앤드류 제만트 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실리콘밸리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 기초물리학 분야 특별상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와인버그 교수의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몇 주간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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