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년 만에 또 악몽' 애태우며 애호박 갈아엎는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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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도 갈아엎었는데. 그때 악몽이 또 반복될 줄이야.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판로가 뚝 끊겼다네요."
강원 화천군 애호박 재배 농민들은 3년 전 산지 폐기(자율 감축)의 악몽이 떠올라 몸을 떨었다.
이날 애호박을 산지 폐기한 김인수(53)씨는 "30년 동안 화천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이런 어려움은 처음"이라며 "3년 전 밭을 갈아엎을 때도 이렇게 절망스럽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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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값' 된 애호박 트랙터로 짓이기자 흐르는 진물에 파리만 꼬여
(화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3년 전에도 갈아엎었는데…. 그때 악몽이 또 반복될 줄이야.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판로가 뚝 끊겼다네요."
강원 화천군 애호박 재배 농민들은 3년 전 산지 폐기(자율 감축)의 악몽이 떠올라 몸을 떨었다.
정성 들여 가꾼 애호박밭을 갈아엎은 것은 2018년 여름 이후 꼭 3년 만이다.
25일 화천군 간동면 도송리에서는 노란 애호박 상자를 가득 실은 1t 트럭이 줄을 이었다.
농민들은 실하게 여문 연둣빛 애호박을 밭에 쏟아부었다.
밭은 금세 애호박이 쌓여 산을 이뤘다.
트랙터는 이를 한가득 퍼내 밭 가운데 쏟은 뒤 바퀴와 삽으로 짓이겨버렸다.
진물이 흐르는 호박에는 파리가 꼬였고,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은 애꿎은 담배만 물었다.
한 농민은 허탈한 듯 "호박 좋다!"고 크게 외치며 남은 상자를 쏟아부었다.
3년 전 산지 폐기가 생산량 폭증 탓이었다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주된 요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으로 식당에 들어가는 물량이 급감했을뿐더러 학교 등이 일찍 방학에 들어가면서 급식 납품도 뚝 끊겨버렸다.
또 좋은 날씨에 수확량도 늘어 애호박 가격은 말 그대로 '똥값'이 돼버렸다.
지난 16∼22일 애호박 평균 도매가는 3천889원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천026원의 43% 수준이다.
이에 농협 강원지역본부는 농림축산식품부 승인 아래 산지 폐기를 진행하고 있다.
총 300t의 산지 폐기 물량 중 화천지역에 배정된 물량은 213t으로 가장 많다.
농가는 8㎏들이 1상자당 5천200원을 보상받는다.
농민들은 이 정도 수준으로는 손해를 메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급 과잉을 빚은 3년 전과 달리 올해는 수요가 줄어 판로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이어진다면 2차 보상도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애호박을 산지 폐기한 김인수(53)씨는 "30년 동안 화천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이런 어려움은 처음"이라며 "3년 전 밭을 갈아엎을 때도 이렇게 절망스럽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지 폐기로 공급을 줄여도 소비가 늘지 않으면 가격 안정화가 어렵다"며 "코로나19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는 농협과 머리를 맞대고 2차 보상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의 농민들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뿐 아니라 코로나19 피해 농가에도 현실성 있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화천군은 애호박 농가 어려움이 지속할 경우 농산물 가격안정 지원조례를 통한 일정 금액 지원과 추가 산지 폐기 진행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할 예정이다.
또 애호박 팔아주기 운동을 벌여 소비 촉진을 이끌 방침이다.
현재 농산물 가격 안정 기금을 통해 피해를 보상 중인 강원농협도 농가에 추가 지원을 펼치고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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