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선의 풀무질] 억만장자 우주인과 80억 지구인

한겨레 2021. 7. 25.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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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의 우주관광이 유행이다.

지난 20일, 세계 제일 갑부인 제프 베이조스는 하얀 남근을 연상시키는 우주선을 타고 수직으로 치솟았다.

베이조스와 브랜슨이 우주인이 되는 동안, 유럽에서는 홍수로 200명이 죽었다.

베이조스는 기후위기 때문에 우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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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선의 풀무질]

전범선 ㅣ 가수·밴드 ‘양반들’ 리더

억만장자의 우주관광이 유행이다. 지난 20일, 세계 제일 갑부인 제프 베이조스는 하얀 남근을 연상시키는 우주선을 타고 수직으로 치솟았다. 100㎞ 올라가서 대기와 우주의 경계인 ‘카르만 선’을 통과했다. 4분가량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낙하했다. 발사부터 착륙까지 10분 걸렸다. 우주여행보다는 놀이기구에 가까웠다. 베이조스는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지난 12일, 영국 부자 리처드 브랜슨도 비슷한 재미를 봤다. 무중력 상태에 도달했을 때 71살 브랜슨 경은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저 아래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나도 꿈을 가진 아이였던 적이 있단다. 별을 올려다보면서 말이지. 지금, 나는 어른이 되어 우주선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다. 꿈을 꾸는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이걸 할 수 있다면 너희는 무얼 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아라.” 브랜슨의 설교를 듣고 나는 꿈을 생각했다.

나의 꿈은 우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지구인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지구인이 된다는 것은 하나뿐인 집, 지구를 살리기 위해 모든 자원과 노력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 우리 세대는 별을 올려다보면서 꿈을 꿀 여유가 없다. 베이조스와 브랜슨이 우주인이 되는 동안, 유럽에서는 홍수로 200명이 죽었다. 아마존 우림은 공식적으로 탄소를 흡수하는 양보다 배출하는 양이 많아졌다. 기후생태위기는 우리 세대의 꿈을 불투명하게 만든다. 나는 우주에 안 가도 좋으니 지구 생명체로서 무사히 살고 싶을 뿐이다.

브랜슨은 항공사로 돈을 벌었다. 2006년 깨달음을 얻고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10년간 30억달러를 쓰기로 약속했다. 탄소 배출해서 번 돈을 탄소 줄이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3억달러를 식물성 연료 개발에 투자한 게 다다. 오히려 버진아메리카 등 새로운 항공사를 발족했다. 버진그룹의 탄소 배출량은 계속 증가했다.

베이조스 역시 2020년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10년간 100억달러를 쓰기로 약속했다. 현재까지 16개 환경단체에 8억달러를 나눠줬다. 전부 정치 개입을 하지 않는 제도권 단체다. 그레타 툰베리 등 젊은 기후정의 활동가들에 대해서는 지원은커녕 오히려 사업에 위협이 될까 봐 감시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기후위기 때문에 우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백만명의 인간이 우주에 살고 일하면서 지구를 돕는 미래”를 상상한다. “인류는 확장하고 탐험하여 새로운 에너지 및 물질 자원을 찾고, 지구에 스트레스를 주는 산업을 우주로 옮겨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우주 공간에 빙글빙글 돌아가며 원심력으로 중력을 만드는 식민지를 건설하는 게 목적이다.

자본주의에서 승리한 자가 식민주의를 외치는 것은 역사의 법칙이다. 자본가는 늘 확장과 개발이 문제를 해결할 거라 믿는다. 자신이 성공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그 믿음은 세계 대전과 대공황을 낳았다. 이번 세기는 기후생태위기를 야기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자본가는 우리를 구원해주지 못한다.

사실 베이조스와 브랜슨은 억만장자 중에서도 가장 기후위기에 대해 박식하고 진심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마저 말로는 위기를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본인이 우주 가는 게 우선이다. 삶의 방식은 전혀 포기하지 않고 기술혁신에 모든 것을 맡긴다. 나는 체념한다. 전기차와 핵융합과 이에스지(ESG) 경영과 우주 식민지에 나의 운명을 걸 수는 없다.

자본주의의 위기를 자본주의가 스스로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구에 대한 식민주의가 낳은 재앙을 우주에 대한 식민주의로 해결할 수는 없다. 기후생태위기 대응은 억만장자 우주인이 아닌 80억 지구인이 주도해야 한다. 자본의 은혜를 기다리기보다는 제동을 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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