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잔혹살해..알고보니 '시신훼손' 장대호 모방했다
'장대호 회고록' 읽고 범행 계획 모방범죄
1심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 징역 22년
2심 "인간의 기본도리 저버려" 징역 30년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한강 토막살인범' 장대호가 쓴 글을 읽고 자신의 연인을 둔기로 내리쳐 살해하는 모방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형이 더 가중됐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윤승은)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42)씨 항소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의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16일 오전 11시께 경기 의정부에 있는 모텔방에서 카드요금 대납을 거절하는 연인 B(당시 48)씨를 미리 준비한 둔기로 여러 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A씨는 살해 범행을 숨기고자 모텔 객실 출입카드와 B씨 소유의 차량, 휴대전화를 절취한 혐의, 모텔 주차장에 있는 차량에서 지갑을 훔쳐 안에 들어있던 신용카드로 숙박비를 추가 결제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와 사귀기 전부터 여러 여성을 만나며 그들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아왔고, 자신이 사용하던 다른 여성 명의 카드 요금을 대납해줘야 교제를 계속할 수 있다고 했으나 B씨가 이를 거절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둔기 등을 검색해 철물점에서 살해 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한강 토막살인범' 장대호 회고록을 검색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기징역이 확정된 장대호는 구속 중 작성한 28쪽 분량의 회고록을 일간베스트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장대호는 회고록에 범행 수법 등을 자세히 기록하며 모든 잘못은 시비를 건 피해자에게 있고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내용을 적었다.
A씨는 살해 범행을 저지른 후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취지의 메모를 써 모텔 탁자에 남겨두었다. 하지만 막상 A씨가 실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흔적은 남아있지 않고 살인범행 전말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A씨는 살해 범행 후에 B씨의 딸이 전화를 걸자 "엄마 화장실에 가 있다. 상견례 중이니 축하해달라"며 거짓말을 하고, 다른 여성을 찾아가 혼인신고를 하자고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이 사건 살인 범행으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됐다"면서 "이 사건 살인 범행은 실행방법이 잔혹할 뿐 아니라 계획적으로 저질러졌는바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살해 이후 범행 도구를 숨겼으며, 유류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범행 이후 정황도 불량하다"며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진심으로 참회하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게 함이 타당하다"고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장대호 회고록을 읽고 범행을 계획한 게 아니라 막말과 욕설에 격분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며 "보일러실 벽 수리를 위해 망치를 구입한 것이다. 1심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소했다.
항소심은 "경찰이 피해자 주거지 현장방문 조사를 한 결과, 둔기를 사용해 수리할 만한 곳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들고 다니기 무겁고 어차피 다시 피해자 집에 들고 가야 하는 망치를 굳이 범행 장소에 가져간 것도 납득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살인 장소가 모텔이고 둔기를 이용한 범행 방법이 유사하다"면서 "사체를 유기하지 않았다는 점만 제외하면 장대호 회고록에 나오는 수법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장대호를 롤모델로 삼아 모방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못 볼바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살해하고도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 없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도리마저 저버리는 모습을 보였다"며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씨는 범행 주된 원인을 피해자의 막말과 모욕적 언사 때문이라고 하면서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태도를 보이기까지 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 "자신의 잘못을 진정 참회하는 모습을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형을 가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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