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의 삼라만상 26] 매미가 덥다고 운다..울음소리가 맵고 쓰구나

정리=박명기 기자 2021. 7.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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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나무는 아직도 매미 소리로 가득 채우지 못하고 있다.

여름 나무의 점령자 매미는 땅 밑에서 7년의 인고의 시간을 지내고 지상에서 겨우 한 달을 살며 단명(短命)한다.

매암은 매미를 칭하며 쓰라람은 우는 소리를 표현했다고 한다.

나는 매년 7월의 채우지 못한 가을의 전령사 매미 소리가 여름 공기를 꽉 채울 때면 한 해의 반을 접어두고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후회를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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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매미의 울음처럼 대지를 뜨겁게 달궈 만물을 소생하는 계절

7월에 나무는 아직도 매미 소리로 가득 채우지 못하고 있다.

여름 나무의 점령자 매미는 땅 밑에서 7년의 인고의 시간을 지내고 지상에서 겨우 한 달을 살며 단명(短命)한다.

성충(成蟲)이 되면 한 달을 나무에 매달려 목청을 열어 뜨겁게 노래하듯 살다 죽는다. 예로부터 매미를 짧은 인간 세계의 허무함과 비유되기도 했다. 

불교에서 이 시기를 해탈로 표현했다. 도교에서는 껍질을 벗고 일어나는 '재생'이라고도 말한다.

그만큼 매미는 곤충이지만 인간과 친숙하게 표현되어 있다. 여름은 매미의 울음처럼 대지를 뜨겁게 달궈 만물을 소생하는 계절이다.

그렇게 울다가도 어느 한순간에 소리는 대지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 순간 사람들은 가을이라는 계절이 예고 없이 찾아온 것을 알게 된다.

매미가 차지한 시끄러운 여름이 지독하게 덥다면 가을은 지난여름의 시간을 또 그리워하게 만들 것이다. 

조선조 영조 때 가인(歌人) 이정진이라는 사람이 지은 시조가 재미있어 읽어 보았다.

매암이 맵다 울고 쓰르람이 쓰다 우니
山菜(산채)를 맵다는가 薄酒(박주)를 쓰다는가
우리는 草野(초야)에 묻혔으니 맵고 쓴 줄 몰라라.

매암은 매미를 칭하며 쓰라람은 우는 소리를 표현했다고 한다. 매미의 소리를 음식처럼 맵고 쓰다고 한 표현도 재미있다. 

수 백 년 전 초야에 묻혀 사는 한적한 시골 마을의 풍경이 상상이 된다. 

나는 매년 7월의 채우지 못한 가을의 전령사 매미 소리가 여름 공기를 꽉 채울 때면 한 해의 반을 접어두고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해 후회를 하고 만다.

그렇게 아직도 탈피를 못한 애벌레처럼 뜨거운 공기를 마시고 있구나.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주홍수 감독은 30년 가까이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극장용 애니메이션과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며 올 해 출판이 예정된 산문집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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