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민주당 '적통' 경쟁은 블랙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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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父兄)이 있는데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심장이 터질지라,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내 너의 품은 한을 짐작하나니, 오늘부터 호부호형을 허락하노라."
민주당 대선 후보들 간 적통 경쟁을 보면서 '홍길동전'을 인용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내용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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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둘러싼 이낙연 vs 이재명 언쟁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부형(父兄)이 있는데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심장이 터질지라,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내 너의 품은 한을 짐작하나니, 오늘부터 호부호형을 허락하노라."
허균의 '홍길동전'의 한 구절로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조선시대 신분제에 대한 비판적 성격이 담긴 '홍길동전' 이야기가 생각나는 건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적통' '정통성'을 둘러싼 언쟁 때문이다. 적통(嫡統)은 적자 자손의 계통이며, 적자(嫡子)는 정실이 낳은 아들을 뜻하는 데 2021년 우리 여권에서 이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적통' '적자'가 요즘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뜨겁게 논쟁을 벌이고 있는 주역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두 사람의 '적통' 경쟁은 과거사를 끌어오며 시작됐다. 이 지사 측은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새천년민주당 소속 이낙연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대표 측은 "반대표를 던졌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지사를 향해 "민주당의 적통인 이낙연 후보를 흔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딱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진짜 적통'을 자부하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저는 탄핵을 막기 위해 의장석을 지켰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다른 정당에 있지 않았나"라면서 "그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분이 아마 추미애 후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신분제 사회도 아닌 21세기에 여당 유력 후보 간 적통 경쟁은 시대를 거슬리는 모양새다. 당원들의 마음을 잡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들의 17년 전 상처를 다시 소환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다. 17년 전 노 대통령 탄핵도 집안싸움이 아니었던가.
이런 경쟁은 신분 사회였던 조선에서 서자, 얼자 등으로 나누어 차별하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 또, 민주당 내 후보들의 적통 경쟁은 부모가 남긴 상속을 놓고 형제간 다투는 모습 같아 보인다. 상속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욕심으로 비치기도 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 간 적통 경쟁을 보면서 '홍길동전'을 인용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내용이 떠올랐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데 호부호형을 허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민주당의 고 노무현 대통령 적통 경쟁은 국민이 보기엔 그야말로 씁쓸한 웃음을 주는 '블랙코미디'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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