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 이젠 당당!" 집 밖으로 나오는 노브라..패션 기업은 '2조 시장' 눈독
톱모델 배우 정치인 등 유명인들 선언에
세련되고 당당한 이미지 생겨
국내 패션속옷 기업들
다양한 대체재·보완재로 시장 선점 나서
아뿔싸!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네요. 배달 아저씨에게 "잠깐만요~"를 몇 번씩 외칩니다. 위에 두를 '아무 옷'이나 찾는데 오늘따라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민망한 시추에이션, 여성 분들이라면 한두 번쯤은 (아니 그 이상도)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집 안에서조차 마음 놓고 벗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최근 아예 '노(NO)브라 차림'으로 집 밖을 걸어 나오는 이들을 마주합니다. '브라 착용은 필수가 아닌 선택'임을 외치면서 말이죠.
물론 아직까지 흔한 풍경은 아닙니다만 전 세계적으로 부는 탈브라 움직임에 패션 속옷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 'X파일' 여주인공으로 유명한 질리언 앤더슨(52)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탈브라를 선언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브래지어는 너무 불편해 입을 수가 없다. 가슴이 배꼽까지 처진다 해도 신경 쓰지 않겠다"라면서 말이죠.
가슴 처짐을 막기 위해 으레 입어야 하는 줄로만 아는 브라에 대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입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는 앤더슨뿐만이 아닙니다. 켄들 제너, 제니퍼 애니스톤, 샤론 스톤과 같은 톱모델 배우 등이 쉽게 떠오릅니다.
심지어 세계 최연소 총리인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36)는 상반신에 재킷과 목걸이만 건 노브라 차림으로 패션 잡지 화보를 찍었습니다.
이들은 공식 석상은 물론 평소에도 종종 노브라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그러다 보니 이 셀럽들을 추종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노브라=세련됨 또는 당당함'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새 탈브라·노브라를 지지하는 이가 늘고 있습니다. 건강미 넘치는 연예인의 대표주자인 화사나 패셔니스타 김나영이 노브라 차림으로 큰 화제 몰이를 했고요. 배우 함소원은 의상에 따라 노브라를 선택한다고 밝혔습니다.
임현주 아나운서는 아예 하루 동안 노브라 차림으로 지내는 노브라 챌린지에 동참해 방송에 출연했고, 신봉선은 라디오 생방송에서 "속옷을 입지 않는 게 건강에 좋다"며 여성들에게 노브라를 적극 추천했는데요.
노브라 관련 이들이 한 소신 발언이나 행동은 왕왕 뜨거운 논란을 야기합니다.
철사가 들어간 보정 속옷 대신 자기 몸이 편한대로 혹은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 운동의 일환으로 노브라를 선택한 것인데, 이를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 달리 "속옷을 갖춰 입지 않아 단정하지 않아 보인다" "사회적 통념에 반한다" "성적인 이미지가 연상된다" 등 비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국내에서 탈브라 논란은 탈원전 논란만큼이나 뜨거운 이슈처럼 보입니다.
논란과 별개로 패션 속옷업계는 노브라·탈브라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죠.
이미 인스타그램에 노브라, 탈브라, 노브라 챌린지, 탈브라 운동 등으로 검색을 하면 사진 수천 개가 올라와 있습니다.
브라는 가슴 형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가슴을 안으로 모으고 위로 고정시켜주는 것이죠. 그래서 옷맵시를 살려주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대신 가슴을 조여 답답합니다.
패션 속옷기업들은 바로 이점에 주목해 와이어가 든 속옷이 아닌 브라의 대체재 내지는 보완재 아이템에 주목합니다. 브라렛, 브라캐미솔, 노브라티, 스포츠브라 등이 대표적입니다. 모두 편안한 착용감을 내세웁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요즘 편안한 착용감을 주는 여성 언더웨어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특히 브라와 러닝 일체형인 브라캐미솔은 무더운 여름철 더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대기업 뿐 아닙니다. 중소기업에서도 공개적으로 노브라 체험단 등을 모집하며 신상품 개발에 매진하는 모습인데요.
유명인들의 노브라 패션이 회자될수록 '노브라, 그거 별것 아니야' '브라 착용 여부, 선택할 수 있어'란 인식이 퍼지고, 관련 속옷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패션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속옷시장 규모는 2조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절대강자가 없는 시장입니다.
누구라도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아이템만 내놓으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습니다. 전에 없이 뜨겁게 부는 노브라 움직임에 패션속옷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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