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진정한 극일"..현대차, 20년 스승 미쓰비시에 엔진 기술 전수해준 사연

정승환 2021. 7. 2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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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서울고 인맥 큰형 이현순 전 현대차 부회장
정몽구 회장과 의견차이로 2011년 회사 떠나
99년 수소차 개발 시작..충전 등 인프라 구축 절실
두산 고문 재직..회사 미래는 DT
이 전 부회장 서울고 후배들 현대차서 활약
장재훈 대표, 윤여철 부회장, 최은수 사외이사..
이현순 두산그룹 고문 /사진=매경DB
[인사이드아웃] 현대차 엔진 국산화의 일등공신 이현순 두산그룹 고문이 10년전 현대차 부회장 사퇴 이유를 밝혔다. 모교인 서울고 유튜브를 통해서다. 이 고문은 현대차의 서울고 인맥 큰형 격이다. 이 고문은 서울고 21회이며,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는 35회, 윤여철 부회장은 23회다. 최은수 현대차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장(사외이사)도 서울고 졸업생이다. 이여성 전 현대로템 부회장(21회)과 양승석 전 현대차 대표(23회) 등도 서울고를 나왔다.

이현순 두산 고문은 최근 서울고 동문 유튜브에서 2011년 현대차를 떠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당시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 담당 부회장이었다. 이 고문이 밝힌 사임 이유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의 '의견 충돌'이다.

이현순 고문은 " '벨로스터'라는 차가 있었는데, 정몽구 (당시) 회장이 디자인을 마음에 안 들어했다"며 "다음날 신차 발표회하는데, 정 회장이 발표 전날 차 모양이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고문은 벨로스터 디자인에 대한 회장과의 의견 충돌로 회사를 떠나게 됐다고 한다.

이 고문은 한국 자동차 엔진 개발의 산증인이다. 미국 GM에서 근무하다 1984년 현대차에 입사해 엔진 국산화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당시 현대차는 일본 미쓰비시와 제휴를 맺고 엔진, 변속기 등을 생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엔진 국산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물론 주변에선 대부분 반대했다. 미쓰비시 회장이 정주영 회장에게 "당신네 (이현순) 박사 한명으로는 (독자엔진) 안 된다. 로열티 절반으로 깎아주겠다"고 현대차 측을 회유했을 정도였다.

이 고문은 "정주영 회장은 독자엔진을 만들어야 해외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정주영 회장은 추진력이 대단했으며, 저에게 백지수표를 주면서 엔진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소 설립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고문은 대기발령의 아픈 추억도 소환했다. 미쓰비시가 현대차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던 시절로, 엔진 개발에 대한 미쓰비시 측의 응징이었다는 게 이 고문 설명이다.

이 고문은 "독일 출장갔는데 미쓰비시 인사들이 회사 내 친미쓰비시들을 규합해 나를 내쫓았다"며 "물러나면 안 될거 같아서 복도에 책상 놓고 출근 투쟁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주영 회장은 그때 현대전자를 만드느라 이천에 계셨는데, 그 틈에 미쓰비시 측에서 이 같은 행동을 했다"며 "5개월 후 정 회장이 이 소식을 들었으며, 나는 원대복귀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1991년 1월 1일 독자엔진인 알파엔진 생산에 성공했다. 2000년대 초엔 다임러크라이슬러, 미쓰비시와 설립한 합작법인 GEA(Global Engine Alliance LLC)를 통해 양사에 세타원엔진 기술을 이전한다. 이 고문은 "디스크 2장에 설계 도면을 담아 몇천억 원을 받고, 엔진기술 제휴를 해줬다"며 "특히 미쓰비시는 20년 가까이 기술을 가르쳐준 선생님인데, 제자가 선생을 가르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문은 현대차의 수소차 개발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수소차는 1999년부터 개발해왔는데, 수소차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고 개발기간이 오래 걸렸다"며 "당시엔 2030년 수소차 대량보급이 목표였다"고 전했다. 수소차 장점은 월등한 주행거리다. 하지만 수소 공급망 구축엔 전기차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이 고문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인프라 구축에 신경 써주면 수소차 보급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며 "중기적으로는 전기차, 우리가 원자로를 이용해 수소를 값싸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종국에는 수소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연기관차는 30년 후엔 사라질 것이라는 게 이 고문의 예측이다.

현대차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소의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은 66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시장점유율은 69%다.

이 고문은 자율주행에 대해선 짧게는 7~8년, 길게는 10년 후에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자율주행은 돌발적인 상황 대처 능력이 아직 미흡하다"며 "자동차와 자동차 간 연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2022년부터 고속도로 본선에서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한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2024년에는 운전자가 별도로 조작하지 않아도 알아서 주차하고 스스로 돌아오는 '원격자율주행' 기능을 양산차에 채택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는 완전 자율주행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 고문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도 강조했다. DT는 빅데이터, IoT, AI, AR, VR 등이 합쳐진 개념이다. 설계구상 단계부터 제품화, 그리고 고객이 사용하는 순간까지 모든 데이터가 연결된다.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하고, 고객 부가가치를 최대한 올리는 것이 DT의 목표라는 게 이 고문 설명이다.

그는 DT가 두산에서 적용된 사례를 들려줬다. 이 고문은 "두산중공업이 인도나 베트남 등 해외에 발전소를 건설하면, 현지 발전소에 설치된 센서의 시그널을 창원 본사에서 받아볼 수 있다"며 "발전소가 설계된 대로 운전되는지 AI가 실시간 판단함으로써, 두산이 지어준 발전소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DT를 활용해 발전소 건설뿐 아니라 사후 운영까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정승환 재계·ESG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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