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뿌리 다른 길 남북의 미술

2021. 7. 2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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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요즘 남북교류가 끊기면서 북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사라졌죠?

◀ 차미연 앵커 ▶

네, 그런데 최근 북한을 대표하는 화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곳이 있다고 하네요.

◀ 김필국 앵커 ▶

우리나라 유명 작가의 작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는데요.

◀ 차미연 앵커 ▶

그래서 남북 미술의 차이도 느껴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 현장에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한복판에 있는 문화아트센터입니다.

이곳 미술관의 한 조그마한 전시실에 들어서니 지금까지 봐오던 것과는 사뭇 다른 그림 수십점이 벽면을 가득 채웠습니다.

남북교류가 활발하던 2000년대 초반, 북측으로부터 받아 보관돼온 북한 그림들로 모처럼 그 베일을 벗었습니다.

[이재준/고양시장] "고양시는 킨텍스라든지 이런 것을 통해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고 있고 (남북)접경지역을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도시거든요, 그래서 고양시의 그 이점을 살려서 남북이 함께 물꼬를 트는데 기여하고 싶은.."

가장 먼저 눈에 띈건 금강산 봉우리중 하나인 석가봉 그림.

북한을 대표하는 인민예술가 선우영의 작품으로 60여점이 북한 국보로 지정될만큼의 대가답게, 마치 사진을 보는 듯, 미세한 붓질로 극도로 사실적인 풍경을 담아냈습니다.

이번엔 백두산 봉우리.

하얀 눈에 덮인 봉우리가 하얀 구름, 파아란 하늘과 어우려지며 힘차게 위용을 뽐내고 있는 이 작품은 선우영의 뒤를 이어 북한을 대표한다는 인민예술가 최창호의 작품입니다.

수묵담채 방식의 전통적인 동양화를 바탕으로 사실주의적 독창성을 가미했다는 이런 북한의 조선화는 대개 선전선동적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이렇게 자연을 표현한 작품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손은신/전시 기획] "우리는 추상이 대세인데 북한은 자연의 풍경이나 노동자의 노동하는 장면이나 그리고 인민들이 함께 더불어 춤을 춘다든가 아니면 동물, 그 다음에 화조어, 이런 대체로 일상에 많이 있는 것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그런게 우리하고 많이 차이가 나죠."

서울올림픽이 있었던 1988년, 북한의 그림을 세계적으로 알려보자는 포부로, 조선화 위에 물감 대신 천연보석 가루를 뿌려 생동감을 살렸다는 이른바 보석화도 이번에 처음으로 선을 보였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렇게 북한의 대표적 미술작품을 볼 수 있게 한 이 미술관에선 남한 작가들의 미술작품들도 별도로 전시해놓았는데요, 남북 미술의 차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한겁니다."

북한그림 전시장 바로 옆에 같은 규모로 만들어진 또다른 전시장.

이곳의 벽면을 가득 채운건 남한 작가들의 미술작품들로, 초입에 있는 오묘한 느낌의 두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1916년생 동갑내기 이중섭과 평양에서 함께 수학했고, 초대 북조선미술가연맹 서기장을 지내다 월남했던 올해 106세의 세계 최고령 현역화가 김병기 화백.

[김병기/서양화가] "내가 아주 중요한, 미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단계에 있어요. 이거 보세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가능성의 문제 이걸 생각하는 거에요."

김병기 화백이 옛날 평양에 있었을때 고구려 고분벽화를 보고 감동받은 이미지를 최근 자유로운 색감과 선으로 표현해본 추상화로, 통일에 대한 염원과 민족의 희망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고 합니다.

[김청윤/김병기 화백 아들(조각가)] "저희 아버지 말씀으로는 고구려 벽화를 어렸을때 본인만큼 자세히 다 관찰하고 공부한 사람이 아마 없을거다 그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고구려벽화를 많이 공부하셨다고.."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실향민 1세 원로작가의 작품.

고려청자의 상감기법을 회화에 접목시켜 푸른 기와문양을 표현해본 실향민 2세의 작품.

[김재덕/서양화가(실향민 2세)] "아버님이 평양에서 오셔서 항상 고려문화, 고려청자 이런거에 예전부터 관심이 있어가지고 그렇게 하다보니까 회화에 직접적으로 상감기법을 활용하게 됐고요."

남한 작가 전시장은 이렇게 정신적인 세계를 중시한 추상화가 주를 이뤘는데요.

중국 땅에서, 압록강 너머 먼 발치 북한 의주 땅을 바라보며 실향의 아픔을 화폭에 담아낸 작품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영희/서영화가] "고향을 찾아가는 길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남과 북이 떨어져 있잖아요? 이쪽(중국)에도 (있는) 실향민들 고향 찾아가는 길로 해서 그린건데..여기(중국)하고 그 쭉 건너(북한)하고 거의 비슷해요 색깔이, 땅 색깔이나 모습들이.."

이런 남북 미술작품들의 공동전시장엔 코로나19 여파로 관람객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요.

일부러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와 소중한 느낌을 안고 가는 분들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관람객(서울 강남구)] "(북한작품은) 우리의 옛날 노래 있잖아요. 창을 듣는 기분이고, 남한(작품)은 여러 장르의 음악을 감상하는 그런 느낌이었고.. 여기(북한작품)는 사실, 선 하나하나의 섬세함이 주도했고 저기(남한작품)는 여러가지 기법을 해서 상상세계로 더 미지의 세계로 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지만 현실 세계처럼 조금씩 다른 길을 걸어온 남북의 미술세계.

양쪽을 넘나드는 이런 조그마한 시도들이 그래서 더 의미가 있을지 모릅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288771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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