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쉽] '실손보험 꿀 혜택 사라진다고?' 4세대 실손보험이 뭐길래
[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실손보험 활용해 봤다?
#2. 15살 중학생 C군은 최근 3년 동안 도수치료를 122차례나 받았다. 진료비는 무려 2,800만원. 하지만 실손보험 덕에 C군이 실제로 쓴 돈은 없다. 도수치료는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받는 치료지만 C군은 관련 질환이 없다. 도수치료를 받으면 키가 크고 체형이 교정된다는 말에 치료를 받은 것이다.
#3. 피부질환 치료를 잘한다는 정형외과를 찾아간 주부 D씨. 의사가 대뜸 실손보험 가입여부를 묻는다.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하자, 고가의 로션을 권한다. 로션 10개를 구입하고 낸 돈은 30여 만원. 하지만, 의사가 작성해준 소견서와 서류를 제출하니 낸 금액의 90% 이상을 돌려받았다.
[그게 뭔데?] '실손보험', 대체 뭐길래?
1999년 9월 처음으로 판매된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나 담보 구성에 따라 1~4세대 실손의료보험으로 나뉜다.
클릭 ▶ 실손보험의 세대별 특징
2009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마다 제각각이던 실손보험이 금융감독원의 감독하에 표준화됐다. 이 때문에 2009년 10월부터 판매된 2세대 실손보험을 '표준화 실손보험'이라고도 부른다.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50% 가까이 된다. 2세대 실손보험의 본인 부담금은 10~20% 수준이다. 예를 들어, 도수치료를 받고 10만원의 치료비 중 본인 부담금은 1만 원이다. 나머지 9만 원은 실손보험에서 내준다. 보험료 갱신주기도 1세대의 3~5년에서 1~3년으로 줄였다.
가입자의 의료 이용이 늘수록 보험사의 적자가 늘자 금융당국은 2017년 4월 3세대 실손보험의 출시를 허용했다. 환자가 내야하는 '자기부담금'은 높였다. 예를 들어, 10만 원 짜리 비급여 치료를 받는다면, 1세대 실손 보험 가입자는 0원,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1만원만 부담하면 되지만, 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2~3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이 높아진만큼, 출시 당시 가입자의 보험료가 약 35% 저렴해지면서 '착한 실손보험'이라고도 부른다.
[왜 하는 거야?] 실손보험이 자꾸 변경되는 두 가지 이유
보험료가 계속 오르는 건 실손보험 가입자 중 소수가 과잉 진료를 받아 실손보험료 대부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보험을 별로 활용하지 않는 다수 사람들의 보험료까지 덩달아 오르는 것이다. 비급여 진료를 자기 부담금 없이 받을 수 있는 1세대 실손보험은 2년 연속으로 20% 안팎으로 보험료가 인상됐다. 보험업계가 과잉진료를 받는 사람을 차단해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보니 전체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으로 손실을 메우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어떻게 되는 거야?] 4세대 실손보험 "병원 자주 가면 돈 많이 낸다"
2021년 7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4세대 실손보험은 기존의 1·2·3세대 실손보험보다 매달 내는 돈은 줄이고, 치료받을 때 환자가 부담하는 '자기부담금'은 높아진다. 이전 세대 실손보험이 급여·비급여 치료를 모두 커버하는 반면, 4세대는 급여와 비급여를 분리했다. 비급여 항목이 '특약'으로 분리된다. 앞으로는 특약에 가입해야 비급여 항목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면 병원이 청구한 금액에서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금액을 보험사로부터 받게 되는데 1세대에서 3세대로 갈수록 이 자기부담 비율이 높아졌다. 현재 급여 항목 10~20%, 비급여 항목이 20% 정도인 자기부담금이 4세대 실손보험에서는 10%정도 더 올라 간다.
보험처리를 하더라도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최소 공제금액'도 함께 인상된다. 급여 항목은 병·의원급 최소 1만원, 상급·종합병원 최소 2만원, 비급여 항목은 최소 3만원으로 오른다.
다만, 기본 보험료 자체는 내려간다. 1세대 실손은 보험료가 월 4만 원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세대부터는 1만 원대로 내려갔고, 4세대는 더 저렴해 졌다.
[뭐가 문제야?] 가입 문턱 올리는 보험사
일부 보험사가 제시한 4세대 실손보험 가입기준이다. 실손보험은 2010년만 해도 30개사가 판매했는데, 4세대 실손은 절반인 15개사만 팔기로 했다. 이렇게 참여 회사가 적은 건 역시나 실손보험의 엄청난 적자 때문이다. 그나마 출시한 보험사들은 가입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2년 내 병원 진료를 받은 경우는 가입이 불가능하고, 삼성화재는 최근 2년 간 진단과 수술로 지급 받은 보험금이 50만 원을 넘는 경우 신규 가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4세대 실손보험 가입 문턱이 높아지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업계에 '합리적인 근거와 구체적인 가입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보험 가입 기준을 정하는 건 회사의 자율결정 사항"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당국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판매 중단이 더 늘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입기준을 두고 합리적인지 여부를 가릴 객관적 판단 매뉴얼은 현재 없다. 보험업계의 손해율을 줄일 수 있는 뾰족한 대책도 없어 당국과 보험사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해?] '갈아타느냐, 마느냐?' 당신의 선택은?
1, 2세대 실손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적고, 갱신주기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병원 이용이 잦을 것 같다면 기존의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다만 구 실손의 경우 상품 구조상 보험료가 계속 오른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병원 갈 일이 거의 없는데 매달 내는 보험료가 부담이라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 특히 병원을 자주 이용하지 않고, 향후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내야 하는 2030세대 청년층이라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것이 이득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수치료나 영양제 등 비급여 항목의 보장은 줄었지만, 난임·불임 치료와 선천성 뇌 질환 등의 급여항목 보장은 확대 됐다. 또 여드름 등 피부질환 중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급여 항목은 실손보험으로 보장된다. 관련 치료가 필요하다면 4세대 실손보험이 더 유리하다.
(구성 :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 김휘란 에디터 / 디자인 : 명하은, 이지수)
장선이 기자su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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