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 김연경, 영광과 아픔 교차한 올림픽 발자취

이동환 입력 2021. 7. 24. 09:00 수정 2021. 7. 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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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댄스 인 도쿄 ②]
MVP-득점왕으로 런던 4강 영광 이끌어
리우에선 8강에서 제동..대표팀에 쏟아진 비난

‘배구 여제’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Last Dance)’가 25일 오후 9시45분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시작된다. 김연경은 선수 생활 동안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염원했던 올림픽 메달 획득엔 아쉽게 실패했다. 2020 도쿄올림픽 첫 경기를 앞두고 영광과 아픔이 교차했던 김연경의 올림픽 발자취를 정리해봤다.

‘런던 4강’의 영광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3-4위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공격하는 김연경(오른쪽)의 모습. 뉴시스

“나는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략) 그러나 경기는 초반부터 어렵게 흘러갔다. (중략) 첫 세트를 뺏기면서 심리적인 압박은 더해졌고, 간발의 차이로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패배한 이유를 고민해보고, 내가 어떤 역할을 더 해야 했는지 반성해 보다가 울컥 눈시울이 붉어졌다.(김연경 자서전 중)”

2012년 8월 11일 영국 런던의 얼스코트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3~4위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주포 김연경을 앞세워 36년 만에 동메달에 도전했다. 하지만 ‘숙적’ 일본의 벽은 높았다. 일본은 목적타 서브로 한국의 리시브를 흔들었고, 빠르고 조직적인 플레이로 공격을 성공시켰다. 결국 한국은 세트스코어 0대 3(22-25 24-26 21-25)으로 완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연경은 멍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일본만 넘으면 동메달을 획득할 수도 있었던 경기. 매 세트 접전을 펼쳤기에 안타까운 결과였다.

3~4위전까지 오른 것도 사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당시 한국의 세계랭킹은 15위로 본선에 오른 12개 팀 중 세 번째로 낮았다. 직전 해에 출전한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3승 8패로 9위에 그쳤다. 조 편성도 낙관적이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1위) 브라질(2위) 중국(3위) 세르비아(7위) 터키(8위) 등 강호들과 ‘죽음의 조’인 B조에 배정됐다. 조별리그 통과도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예상보다 강했다. 이전까지 7전 전패에 그쳤던 세르비아를 최초로 잡아냈고, 2003년 이후 9년 간 13연패를 당했던 브라질도 3대 0으로 격침시키며 한국은 죽음의 조를 뚫어냈다.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서도 한국은 1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포기하지 않고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줬다.

미국과 일본에 패하며 결국 염원했던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36년 만에 4강 신화를 이뤄냈다. 배구 강국에 비해 부족한 지원과 선수 풀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취였다.

그리고 그 중심엔 김연경이 있었다. 김연경은 처음 참가한 올림픽의 8경기에서 총 207점을 올려 미국의 데스티니 후커(161득점)을 압도적으로 제치고 득점왕에 올랐다. 대회가 끝난 뒤엔 국제배구연맹(FIVB)이 선정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금메달을 딴 팀이 아닌 4위 팀에서 MVP를 선정했을 정도로, 런던에서 김연경이 보여준 임팩트는 강렬했다. 올림픽 여자배구에서 아시아 선수가 MVP로 선정된 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중국의 금메달을 이끈 쿤펭 이후 김연경이 두 번째였다.

“더 이상 올림픽이 꿈의 무대가 아니라, 기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무대라는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다.” 김연경은 런던올림픽을 이렇게 회고한다.

아쉬웠던 리우, 쏟아진 비난
리우올림픽 8강전 패배 후 아쉬운 표정으로 퇴장하는 김연경(가운데) 등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 뉴시스

직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쓴 터라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에 대한 전 국민적인 기대는 컸다.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도 한국은 8개국 중 4위로 비교적 손쉽게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본선 첫 경기 일본전은 그런 기대감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김연경은 4년 전을 복수하듯 양 팀 최다 30득점을 올리며 한국의 3대 1(19-25 25-15 25-17 25-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어 아르헨티나와 카메룬까지 잡아낸 한국은 조 3위로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를 돌파했다.

8강전 상대 네덜란드도 해볼 만한 상대였다. 네덜란드와 올림픽 직전 가진 두 번의 평가전에서 1승 1패로 팽팽했고,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도 3대 0 승리를 거둔 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의 조’였던 B조에서 단 1패만 기록하고 8강에 오른 네덜란드는 강했다. 한국은 네덜란드의 다양한 공격 루트에 고전하며 범실을 연발해 결국 세트스코어 1대 3(19-25 14-25 25-23 20-25)으로 패했다. 김연경은 이 경기에서도 27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양효진(10득점) 박정아(7득점) 김희진(5득점) 등의 득점 지원이 아쉬웠다.

40년 만의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상황.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지만 대회 결과를 두고 특정 선수들에 도 넘은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선수들은 더 나아가지 못한 아쉬움에 비난의 아픔까지 감내해야 했다. 김연경의 두 번째 올림픽 도전도 그런 씁쓸함 속에 마무리 됐다.

“메달을 못 따 정말 아쉬워요. 스포츠에선 지면 안 되니까…. 사실 주변의 기대가 높아 부담스럽기도 했어요.(김연경)” 아쉽고 아팠던 리우올림픽의 기억은 이제 5년 전의 것이 됐다. 세 번째 도전은, 이제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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