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든 오륜기, 수소로 타는 성화… ‘그린 올림픽’ 내세운 도쿄

도쿄/양지혜 기자 2021. 7. 24.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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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개막] 현장에서 본 올림픽 개회식
올림픽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는 모습.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왼쪽)과 수영의 기대주 황선우가 기수로 나섰다.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회식 선수단 입장은 일본어 가타카나 순으로 진행됐다. 올림픽 전통대로 가장 먼저 그리스가 나섰고, 이어 난민 대표팀이 등장했다.

한국 선수단은 103번째로 입장했다. 전체 206국 중 한가운데 순서. 김연경(33·배구)과 황선우(18·수영)가 큼지막한 태극기를 함께 들었다. 총 355명(선수 233명, 임원 122명)을 대신해 30명이 한국을 대표했다. 반기문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윤리위원회 위원장이 귀빈석에서 손을 흔들었다. 관중이 없으니 환호는 없었다. 6만8000여명 석이 텅 비고 관계자 950명만 자리했다. 마치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듯 5가지(적갈·쑥·연두·베이지·하양) 색으로 나눠 칠한 의자들이 모자이크를 이뤄 사람이 들어찬 것 같은 느낌을 약간 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구가 많든 적든, 나라가 잘살든 못살든 선수단 규모를 비슷하게 단출한 규모로 만들었다. 마스크를 쓰고 입장한 선수들은 25초씩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마지막 206번째로 일본이 등장할 때, 세계 각국 취재진들이 자리에서 다 같이 일어나 힘껏 박수를 쳤다. “극심한 마음고생 끝에 올림픽 열기로 결정한 일본, 힘내라” 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제32회 도쿄올림픽은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설파했던 것, 즉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가 아니라 참가에 있으며,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노력”이라는 올림픽 정신만큼은 분명하게 구현한다. 206국 선수단과 기자들이 바이러스를 뚫고 도쿄에 참가하러 왔다.

개회식이 한창 진행되는 동안 올림픽 주경기장 바깥은 인파 수백 명이 모여 시끄러웠다. 누구는 ‘Welcome to Tokyo’ 팻말을 써 들고 와 외국인 손님을 환영했고, 누구는 처절하게 절규했다. “올림픽 그만둬! 바흐(IOC 위원장)는 돌아가라!”

히로히토 일왕이 1964년 도쿄올림픽 개회를 선언했듯, 손자 나루히토 일왕은 2020 도쿄올림픽 개회를 선언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선언문에서 “축하한다”는 말을 뺐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옆에서 조용히 박수를 보탰다.

마지막 성화 주자 오사카 나오미 -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도쿄올림픽 개회식의 성화 최종 점화자는 일본 테니스 국가대표 오사카 나오미였다. /뉴시스

올림픽 3연패 스타 노무라 다다히로(유도·1996~2004)와 요시다 사오리(레슬링·2004~2012)가 함께 성화를 들고 주경기장에 들어섰다. 일본의 야구 전설 셋(나가시마 시게루, 오 사다하루, 마쓰이 히데키)이 불꽃을 이어받았다. 코로나 의료진을 대표해 의사·간호사가, 패럴림픽 선수가,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미야기·이와테·후쿠시마현의 아이들이 차례차례 성화를 넘겨받았다. 최종 점화자는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였다.

일장기처럼 흰옷을 입고 붉은색 레게 머리를 한 그녀가 후지산을 본뜬 조형물의 계단을 올라 해처럼 둥근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1년을 더 기다렸다가 타오르는 불꽃이었다.

결국 우리는 모였고, 섞였으며, 보름 후 다시 흩어진다. 이 보름간의 나날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훗날 어떻게 기억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다음 달 8일까지 33개 종목 339개 금메달의 주인이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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