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28] “~같다”는 언어적 콘돔이야

황석희 영화 번역가 2021. 7. 2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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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 is a language condom

“6개월 이상 진지하게 이어진 연애가 한 번도 없었어(I’ve never been in a serious relationship that lasted longer than six months).”

대학교에서 예술 디자인 전공생들을 지원하고 예술 사업을 개발하는 매기는 절친한 남자 친구 빌 헤이더에게 푸념하듯 말한다. 그리곤 결혼은 포기했다며 정자를 기증받아 미혼모로 살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마침 유모차를 끌고 나온 유부남 빌은 황당하다는 듯이 친구를 말리지만 매기의 결심은 이미 확고하다. 매기의 계획은 이렇게 시작한다. 영화 ‘매기스 플랜(Maggie’s Plan∙2017)’의 한 장면이다.

영화 ‘매기스 플랜(Maggie’s Plan∙2017)’의 한 장면

매기는 하필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하려는 타이밍에 존 하딩이라는 교수를 알게 되고 그의 소설 초고 리뷰를 부탁받은 일을 계기로 서서히 그에게 빠진다. 존은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 유부남으로 아내인 조젯과는 별거 상태다. 매기는 누군가의 아내가 될 생각은 없었지만 결국 존과 동거하며 갓 태어난 릴리를 같이 키우게 된다. 존은 아내인 조젯과 이혼하고 본격적으로 매기와 동거를 시작하지만 존은 릴리와 매기에겐 별 관심이 없고 자기 소설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게다가 존은 전처인 조젯에게 돌아갈 것 같은 낌새까지 보이는 상황. 매기는 이 기회를 빌려 존을 조젯에게 반품할 계획을 짠다.

“‘고약한 여자 같다'는 ‘고약한 여자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같다’는 언어적 콘돔이야(‘Like’ is a language condom.)” 존은 자기애 충만한 교수답게 남들의 애매모호한 언어 습관을 지적하며 명확한 태도를 가지라 충고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 언어적 콘돔을 무심결에 사용하고 태도도 불분명한 찌질한 남자의 전형이다.

얽히고설킨 치정극 같지만 유쾌한 남편 반품기. 과연 매기는 이 지질한 남자를 반품하고 계획을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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