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중국, 공산당 100주년 때는 날씨 예측..이번엔 빗나가
중국 중부 허난성의 기록적인 폭우에 따른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21일까지 25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한 허난성 당국은 22일에는 33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사이 사망·실종자가 9명 늘었습니다. 수재민은 300만 명에 달하고 37만여 명이 대피했습니다. 허난성 신샹시의 경우 지난 17일 이후 907mm의 비가 내렸는데, 신샹시에 1년 동안 내리는 비와 눈의 총량이 평균 553mm임을 감안하면, 2년에 걸쳐 와야 할 양의 비가 불과 닷새 만에 쏟아진 셈입니다. 말 그대로 하늘이 뚫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백 년 만의 폭우', '천 년 만의 폭우'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중국 기상청은 이번 기록적인 폭우의 원인으로 북상하고 있는 6호 태풍 '인파'와 허난성의 지형적 요인 등을 꼽고 있습니다. 태풍 '인파'가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허난성 쪽으로 밀어 올렸고, 타이항산 등 산악 지형이 비구름을 오래 머물게 했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기후변화 때문에 갈수록 기상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이번 폭우와 피해가 중국이 자부했던 기상 예측 시스템에 흠집을 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시에서 발생한 지하철 참사는 중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달리던 지하철에 물이 밀려들어 500여 명의 승객이 갇히고, 물이 승객들 어깨 높이까지 차오르면서 결국 1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하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폭우를 미리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당일 엄청난 비가 내리고 있었다면 지하철 운행을 당장 멈췄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중국에서도 비등하고 있습니다. 정저우시 당국은 뒤늦게 지하철 전 노선의 운행을 중단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일 때는 "날씨 예측 정확했다" 자부
홍콩 매체 "이번 허난성 폭우 예측, 시기 · 지역 모두 빗나가"
하지만 실제 폭우는 이튿날인 20일, 자오쭤시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허난성의 성도 정저우시에 집중적으로 쏟아졌습니다. 정저우시에는 이날 시간당 201.9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양이었습니다. 17일 저녁 6시부터 20일 저녁 6시까지 사흘 동안 정저우시에 내린 비의 양은 617.1㎜로, 정저우시의 연간 평균 강수량 640㎜와 맞먹습니다. 정저우시가 20일 최고 대응 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하긴 했지만 이미 많은 시민이 출근길에 오른 뒤였습니다. 20일 정저우시 지하철이 물에 잠긴 것도, 정저우시가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것도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중국 CCTV를 비롯한 관영매체들도 지하철 참사 소식이 전해진 21일부터 특별 보도를 편성해 늑장 보도라는 비판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관영매체들은 오히려 독일 등 유럽의 홍수 소식을 비중 있게 전했고 현지 방송인 허난TV는 재난 방송을 하지 않고 항일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었다고 홍콩 명보는 전했습니다.
중국 기상당국은 "현재 예측 모델이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잘 반영하지 못한다"며 예측이 빗나갔음을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는 전 세계적인 과제"라고 했습니다.
이번 중국의 기록적인 폭우는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에 '백 년 만의 폭우'가 쏟아진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발생했습니다. 21세기 말에는 이런 대홍수가 14배나 더 자주 발생할 것이란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인류가 자연 앞에 겸손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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