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이베이·SM 직원들 "샐러드 파티원 구해요"
신선편의식품 시장, 2010년 이후 매년 20% 넘게 성장세..올해 1조 1369억원 규모로 커져
SPC삼립, 샐러드 생산 전문 프레쉬푸드팩토리 생산량 4년 전보다 60% 증가..B2B매출도 80% 확대
'파티원 모집합니다. 총 5명 중 현재까지 두 명 확보 완료. 배달 장소는 사무실 문 앞 탁자로 지정 예정입니다.'
팀 단톡방에 '구인글'이 올라왔다. 혜원(35)씨는 톡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손을 들었다.
'저 참여 가능합니다! 인원 채워지면 내일 점심부터 시작하시죠.'
30분도 안 돼 파티원 5명이 모였다. 주최자는 곧바로 '스팟'을 지정했다. 서울 성동구 F 공유오피스 1층 로비는 점심과 저녁 혜원씨와 동료들의 샐러드가 배달되는 '식당'이 됐다.
광화문과 강남 테헤란로, 판교 등 직장인이 모인 곳이라면 쉽게 '샐러드 동맹'을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카카오 H스퀘어 N동 8층 사무실 문 앞 탁자' '
'강남구 역삼동 GFC 빌딩, 19층 Ebay 중앙라운지 냉장고, 34층 Ebay 중앙라운지 냉장고'
'강남구 삼성로 SM엔터테인먼트 1층 엘리베이터 옆 보안실'
'마포구 상암산로 cj enm센터 지하 1층 문서수발실'
카카오 이외에도 강남구 테헤란로 이베이, 마포구 cj enm과 서초구 법률사무소도 '샐러드' 동맹에 이름을 올렸다.
직원들이 신청한 '스팟'은 샐러드 배송 업체 '프레시코드'가 운영하는 '프코스팟'이다. 프코스팟이란 프레시코드의 샐러드와 간편식을 배송비 없이 픽업할 수 있는 거점 배송지로, 누구나 5명이 모이면 프코스팟을 오픈할 수 있다. 프코스팟을 이용하면 6천원 이상 주문 시 샐러드 1개도 '무료' 배송된다. 프레시코드는 편의점 GS25의 냉장택배 무인 보관함 BOX25를 포함해 현재 서울과 판교 지역에 1천900여개의 '스팟'을 운영중이다.
혜원씨는 "작년까지는 아침 출근길에 그날 먹을 샐러드를 주문했는데 최근에는 주 4회 정기배송을 신청했다"며 "코로나로 외식도 조심스럽고 매번 배달을 시키는 게 번거로운데 회사로 직접 배송해주니 안전하게 식사할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다이어트식으로 여겨지던 샐러드가 새로운 식사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23일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이마트 샐러드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SSG닷컴과 이마트24의 샐러드 판매량 역시 각각 32%, 46%씩 늘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4차 재확산에 따라 재택근무 또는 회사에 출근해서도 혼밥을 즐기는 직장인이 늘면서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신세계푸드의 샐러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7%나 늘었다.
코로나19로 집과 회사에서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샐러드 시장은 더욱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프레시코드의 지난 5월 정기배송 주문 고객 성장률은 지난해 대비 14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배송량만 8000~1만여개로 한 달 매출 10억을 달성중이다.
특히 제한된 공간 안에 머물러야 하는 탓에 급격하게 몸무게가 증가하는 '확찐자'라는 말까지 등장하면서 영양은 높고 열량은 낮은 샐러드가 신선편의식품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SPC삼립이 편의점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피그인더가든' 샐러드 제품 매출은 지난해 대비 2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아시스마켓, 마켓컬리 등 신선식품 배송 시장의 성장도 샐러드 소비 증가의 요인 중 하나다. 새벽 배송이 활성화되면서 샐러드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오아시스마켓의 일평균 샐러드 주문량은 지난해에 비해 411% 늘었다.
샐러드 시장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신선편의' 과일•채소 농산물시장은 올해 1조 1369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샐러드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 이후 8년간 연평균 20% 성장해 2019년 9364억원, 지난해에는 1조원을 넘어섰다.
샐러드 전문 가공공장 세운 SPC삼립, 월평균 가공량 800톤 달해
SPC그룹 계열사 SPC삼립은 지난 2017년 45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시에 1만 6천m² 규모의 spc프레시푸드팩토리를 준공했다.
SPC프레시푸드팩토리의 핵심 생산 품목은 샐러드, 샌드위치 등에 사용되는 양상추, 로메인, 파프리카, 토마토 등 가공채소다. 400여 가지 샐러드와 가공채소, 소스 등을 생산하는 공장의 월 평균 가공량은 4년 전인 건립 초기와 비교해 60% 이상 늘어난 800톤에 달한다.
SPC프레시푸드팩토리에서 생산된 가공채소는 SPC삼립이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완제품 샐러드 제품인 '피그인더가든 샐러드'로 판매된다. 샐러드 시장이 커지면서 고구마그래놀라•볼샐러드•치킨찹찹 미니샐러드 등 샐러드 완제품 생산량은 월 평균 50만 개를 넘어섰다.
외부 B2B 판매도 급격히 증가했다. SPC프레시푸드팩토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분야 1위 브랜드와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먼저 샐러드 완제품(ODM, 제조업체 개발•생산 방식) 및 가공채소를 스타벅스(1천300여 개 매장), 도미노피자(400여 개 매장)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전년대비 80% 가량 거래가 확대됐다.
또한, 마켓컬리, 쿠팡 로켓프레쉬, 이마트 쓱(SSG)배송 등 비대면 유통플랫폼에 최적화한 전용 제품도 공급 중이다. 이처럼 기업 간 거래(B2B)에 따른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SPC프레시푸드팩토리의 외부 B2B 매출 비중은 2017년 준공 초기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SPC는 오프라인 샐러드 전문 매장을 함께 운영하며 전문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피그인더가든은 지난 2017년 1호점인 여의도점을 시작으로 강남점, 판교점에 이어 4호점인 코엑스점까지 확장했다. 매장 매출 역시 매년 20%이상 성장하고 있다.
동원그룹의 자회사인 동원홈푸드 역시 지난 5월 서울 합정역 인근에 샐러드카페 '크리스피프레시'를 열었다. 크리스피프레시는 수경재배한 채소, 직접 잡은 참치, 연어를 사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올해 말까지 매장 두 곳을 더 선보일 계획이다.
신세계푸드는 서울 역삼동에서 운영하는 배달 전문매장 '셰프투고'에서 플레인 샐러드, 그릴드 쉬림프 샐러드 등 딜리버리 전용 샐러드 5종을 선보이고 배달의 민족, 요기요, 달리셔스 등 배달앱을 통해 판매에 들어갔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자회사 현대그린푸드는 밥과 국, 반찬 등을 정기구독 방식으로 판매하는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을 출시했다. 그리팅의 전체 판매 제품 중 40%가 샐러드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입맛을 돋우는 에피타이저나 건강기능식에 머물렀던 샐러드가 식탁의 주인공으로 자리잡았다"며 " 코로나19 장기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 등으로 구성된 샐러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샐러드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tooderigi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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