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자락 ‘태권 聖地’…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만든다
경기장·공연장·연수시설 갖춰 코로나 이전엔 年 30만명 방문
사관학교선 국제사범 자격 부여… 주변 반디랜드·와인동굴도 인기
“으라차차, 태권!”
지난 17일 오후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 있는 태권도 종합시설인 태권도원(跆拳道園)의 T1 공연장. 태권도 시범단원들이 공중으로 도약해 한 바퀴 반을 돌아 송판 3장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는 ’540도 발차기', 4.5m 높이 송판을 공중제비로 격파하는 동작을 잇따라 선보이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단원 14명이 일사불란하게 품새 시범을 펼치며 대형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고난도 ‘칼 군무’도 선보였다. 코로나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다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퍼포먼스가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국악과 태권 춤사위가 어우러진 30분 공연에 관람객 200여명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대전에서 온 김모(46)씨는 “태권도가 예술의 경지에 오른 것을 보여준 공연”이라고 말했다.
◇'태권도 성지' 무주군
전북 무주군은 예로부터 ‘태권도 성지(聖地)’로 꼽혔다. 조선 후기 문신 홍만종(洪萬宗)이 엮은 ‘해동이적(海東異蹟)’에는 수박(手搏·태권도 원류인 전통무술)의 달인 권진인(權眞人)이 무주 적상산에서 수련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 중기 학자 임훈(林薰)이 쓴 ‘등덕유산향적봉기(登德裕山香積峯記)’에는 삼한시대부터 호국 무사 9000명이 무주에서 수련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은 무주가 태권도원을 유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태권도 성지로서 상징성이 크고,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진 수련 공간이라는 점을 들어 설천면 백운산(白雲山) 자락을 최적지로 선정했다. 예산 2475억원을 들여 2014년 서울월드컵경기장 면적의 10배가 넘는 규모(231만여㎡)의 태권도원 문을 열었다.

태권도원은 태권도 전용 경기장(4500석)과 상설 공연장(400석), 1400여명이 숙박할 수 있는 연수 시설을 갖췄다. 해발 600m 전망대 모노레일, 산책로와 트레킹 코스도 있다. 태권도 박물관은 수련과 경기용품,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한 공문 등을 전시한다. 한옥 양식으로 지은 태권전(363㎡)과 명인관(1092㎡)은 전통미를 뽐낸다.
태권도원을 찾은 관광객은 출범 첫해인 2014년 16만5470명에서 2017년 33만6554명까지 늘었다.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치른 2017년에는 선수단 1700여 명을 포함, 국내외에서 4만여 명이 방문해 10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올렸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지난해에는 6만7700여 명으로 줄었지만, 한 해 평균 30만명 이상 관광객이 찾았다. 오응환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은 “태권도 정신과 철학을 배우고 역사와 발자취를 보존하는 곳이 태권도원”이라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무주군은 태권도 성지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300명(해외 280명·국내 20명)을 선발해 졸업생에게 태권도 ‘국제사범(International Master)’ 자격을 줄 계획이다. 이들이 각국으로 돌아가 태권도를 보급하고, 새로운 수련자들이 사관생도가 돼 무주를 찾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비대면 관광지로 주목
태권도원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비대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10배가 넘는 너른 공간에 관람과 체험 시설이 곳곳에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원 주변도 비대면 관광지로 뜨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비대면 관광지 25선’ 중 하나로 꼽은 ‘구천동어사길’은 계곡을 따라 걷는 5㎞ 코스로, 덕유산 비경을 즐길 수 있다. 설천면 일대 도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조선왕조실록과 족보를 보관하던 적상산 사고(史庫), 반딧불이 생태 복원지가 있는 반디랜드, 무주머루와인을 숙성시키고 저장하는 290m짜리 와인동굴도 둘러볼 만하다.
무주군은 태권도원과 연계한 관광지 조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72억원을 들여 무주읍 당산리 무주전통테마파크 일대에 ‘태권브이랜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최근 이곳에 들어설 상징물인 ‘태권브이 로봇’ 제작 업체를 공모했다. 높이 12m짜리 태권브이 로봇은 태권도 품새를 3개 이상 재현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황인홍 무주군수는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태권브이 로봇에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관광 체험 콘텐츠를 접목하면 새로운 지역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며 “국제 태권도 사관학교 설립도 반드시 이뤄내 태권도 성지인 무주의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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