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치명상 딛고 패럴림픽 국가대표로 우뚝 선 아름다운 철녀
리우에 이어 2연속 금메달 도전
평창 패럴림픽 때 대통령 파견 사절단으로 방한도
2010년 4월 이라크에 파병중이던 스무 살의 미 육군 전투부대 의무병 엘리자베스 마크스가 불의의 사고로 크게 다쳐 장애를 입게 됐다. 엉덩이 부위에 긴급 수술을 여러 차례 하고 기구의 도움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앳된 여군 사병이었던 마크스는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군대에서 휘하 병사와 부사관들을 지휘하는 현역 육군 중사다. 거기에 또하나의 타이틀도 갖고 있다. 국가대표 수영선수다.

한국의 국군체육부대와 비슷한 성격의 미 육군 국가대표육성프로그램(WCAP) 은 마크스를 포함해 2020년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군인 선수 11명 명단을 최근 발표했다. 미 육군 최초의 패럴림픽 수영선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참가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땄던 마크스는 이번에도 군 출신 선수 중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틀어 가장 유력한 메달리스트 후보로 꼽힌다. 마크스는 최근 미 육군 소식지에 “순간을 즐기려고 한다”며 “나 혼자서 경쟁하는게 아니라 지금 더 이상 우리와 함께 있지 않은 수많은 동료들과 함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개막하는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 그는 최근 배영 100m와 접영 100m에서 미국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의 딸인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우상처럼 여겼다. 청소년시절 잠시 방황해, 육군이 후원하는 청소년 대안학교를 다녔는데, 이곳에서 자신의 적성이 군대와 맞다는 것을 확인했고, 18세에 사병으로 입대했다. 마크스는 전투병과를 지망했지만 당시 전투병과는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아 가장 전투병과에 가까웠던 전투의무병이 됐다. 이후 이라크에 배치된 그는 뜻하지 않은 큰 부상으로 군 생활에 위기를 맞았지만 2011년 군 병원의 재활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수영에서 자신의 또 다른 재능을 발견했다.

그는 재활에 성공해 예전처럼 복무하겠다는 목표와 국가대표 패럴림픽 선수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세웠고 모두 이뤄내 WCAP 소속으로 미 육군 최초의 패럴림픽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됐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2012년 보행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호흡능력도 쇠퇴하는 증상을 겪었다. 2014년 상이군인 체육대회 인빅터스 게임 참석차 영국 런던에 도착한 뒤 위독 상태에 빠져 현지의 팹워스 병원으로 후송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마크스는 2년 뒤 2016년 인빅터스 게임에 출전해 금메달 4개를 수확한 뒤 시상식 때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시상자는 영국의 해리 왕손이었는데, 자신의 목에 걸릴 금메달 넷 중 하나를 해리 왕손에게 돌려주면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영국 팹워스 병원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하기 위해 기증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는 이 해 생애 첫 패럴림픽인 2016년 리우 대회에서 배영에서 우승하고 400m 계영에서도 동메달을 따내며 ‘불굴의 아이콘’이 됐다.

2017년에는 미 육군 여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2016년에는 팻 틸먼상도 받았다. 이 상은 현역 미식축구선수로 뛰다가 이라크전 참전을 위해 군에 입대했다가 전사한 동명의 참전 군인을 기리기 위해 2014년 제정됐다. 지구촌 겨울 스포츠제전으로 2018년 3월 열린 평창 패럴림픽 때는 미국 대통령 파견 공식 사절단으로 한국을 찾기도 했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가족과 동료 군인들의 보살핌과 격려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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