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더위는 서고동저.. 서울이 대구보다 더 뜨겁다
태백산맥 넘으며 더워지는 푄현상, 영서·수도권 내륙에 폭염 집중
중국 남동부로 접근하는 태풍도 한국 서쪽에 열기 더 불어넣어
경기도 시흥에 사는 추우진(23)씨는 지난 19일 오후 4시쯤 친구를 만나러 서울 동작구 사당동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출발할 때는 먹구름에 폭우가 쏟아졌다. 그런데 과천을 지날 때쯤 하늘이 맑아졌고 40여 분 만에 사당역에 도착하니 해가 쨍쨍하고 후텁지근했다. 추씨는 “불과 20㎞ 떨어진 곳인데 날씨가 이렇게 다를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서는 오후 2시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금세 폭우로 변했다. 1시간 동안 장대비가 쏟아진 뒤 돌연 비구름이 자취를 감췄다. 이날 강수량은 28㎜. 1시간 동안 내린 게 하루 전체 강수량이었다. 그런데 옆 동네 노원구 공릉동에는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직선거리가 불과 6㎞인 지역이다.
이처럼 비구름이 좁은 지역을 오가며 국지(局地)성 호우를 뿌리는 현상이 이번 여름 자주 관측되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본격 기세를 뻗치기 전, 상대적으로 차가운 구름 위 공기가 뜨거운 햇볕으로 달아오른 지면과 만나면서 대기 불안정을 일으켜 돌발 폭우를 쏟아내는 것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이런 비구름은 기압골 영향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구름 반경이 작다”면서 “순식간에 호우를 뿌리고 사라져 예보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비구름은 뇌운강수(雷雲降水)로 통한다. ‘마른번개’를 동반한다는 의미다. 18일 밤 9시쯤 경기도 일부와 서울 남부에서는 비도 천둥도 안 보이는데 번개만 번쩍이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목격한 사람이 많았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유민(26)씨는 “집 앞 공원을 달리는데, 뛰는 내내 몇 분에 한 번씩 하늘이 번쩍번쩍했다”며 “번개인가 싶었는데 천둥소리는 안 들리더라”고 했다. 이는 사실 서울에서 60㎞ 넘게 떨어진 경기 평택에서 소나기와 함께 떨어진 번개로 분석됐다. 기상청은 “비구름이 10㎞ 이상 높게 만들어지면서 소리까지는 들리지 않는 먼 거리였지만 번개 섬광은 보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평택에서 천둥·번개와 함께 시간당 54㎜ 물폭탄이 쏟아졌지만 수도권 다른 지역에선 대부분 비가 오지 않았다. 오산(19㎜)과 안성(4㎜) 등 평택 부근 몇몇 지역에서만 소나기가 왔을 뿐이다. 심지어 같은 평택시인 청북읍과 포승읍 관측소에서도 비가 감지되지 않았다.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 한 연구관은 “최근 소나기는 마치 프라이팬 속 팝콘처럼 터질 거란 사실은 알지만, 언제 어디서 얼마나 크게 터질지 예측이 어렵다”고 했다.
◇이번 주 서울이 대구보다 더 덥다
푹푹 찌다 우르르 쏟는 소나기가 주춤한 사이, 전국은 폭염으로 끓고 있다. 기상청은 “22~23일 전국이 올 들어 최고기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기상청은 21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 지역(서해 5도·옹진군 제외)에 폭염 경보를 내리고 “22일 수도권 낮 최고기온이 35도 안팎으로 오르고, 일부 지역은 38도를 넘겠다”고 했다. 춘천·광주는 36도, 대구는 33도로 예보됐다. 여름철 아프리카만큼 덥다고 해서 ‘대프리카’로도 불리는 대구보다 수도권이 3~4도 높은 기온을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쪽 지방 기온이 동쪽보다 높은 현상은 한반도 주변에서 불어오는 바람 영향이 크다. 동해상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의 흐름을 따라 동풍이 불어오고 있는데, 이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어갈 때 수증기는 사라지고 공기는 단열압축으로 따뜻해지면서 내려온다. 이를 ‘푄(Foehn) 현상’으로 부르는데 이 때문에 강원 영서와 수도권 내륙 지방에 폭염이 집중되는 것이다.
중국 남동부에 상륙할 것으로 보이는 6호 태풍 ‘인파(IN-FA)’도 서쪽 지역 더위를 부추기는 요소다. 인파는 마카오에서 제출한 태풍 이름으로 광둥어로 ‘불꽃놀이’를 뜻한다. 이 태풍은 우리나라에 비나 바람을 일으킬 만큼 가깝지는 않지만,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우리나라 서해안에 열기를 불어 넣을 전망이다.
이런 ‘서고동저(西高東低)’ 기온 분포는 이번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기성 센터장은 “다음 주 북태평양고기압 기세가 일시적으로 약해지면서 기온이 2~3도가량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태풍 발생이나 이동 경로에 따라 기온 예보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당분간 비 소식은 없다. 그러나 기상청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동안이라도 언제든 불규칙하게 ‘게릴라성 호우’가 쏟아질 수 있다”면서 “집중호우에 대한 대비를 늦춰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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