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종·종교..올림픽에 '행동하는 선수들'이 왔다 [Tokyo 2020]
영국·칠레 여자축구 개막전 등
인종차별 반대 '무릎꿇기 시위'
[경향신문]
21일부터 2020 도쿄 올림픽 종목별 예선이 개최되면서 경기장에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선수들의 행렬도 시작됐다. 이번 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헌장 50조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첫 대회인 만큼 50조를 둘러싼 새로운 쟁점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도쿄 올림픽은 이날 오전 9시 호주와 일본의 여자소프트볼 개막전을 시작으로 약 3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선수들의 첫 번째 시위는 오후 4시30분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영국과 칠레의 여자축구 개막전에서 나왔다. 양팀 선수들은 경기 개시 전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 세계를 향해 전달했다. 영국 여자축구대표팀은 개막전에서 무릎 꿇기 시위를 벌이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해 왔다.
올림픽에서 선수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가능해진 것은 이달 초 IOC가 정치적·인종적·종교적 선전을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50조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IOC는 시대 변화에 발맞춰 경기 개시 전 선수 소개 시간, 기자회견 등 특정 상황에서 선수가 견해를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메달 수여식 도중 시위는 여전히 금지된다.
그러나 IOC가 경기 단체별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게 여지를 둔 것은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가령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육상연맹(WA) 등은 선수들의 정치적 행동에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 FIFA는 성명을 통해 “FIFA는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믿는다. 이는 FIFA 활동의 범주 내에 있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직원 등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서배스천 코 WA 회장은 “만약 선수가 메달 시상대에서 무릎을 꿇기로 했다면 난 그것을 지지하겠다”고 말해 IOC가 금지한 메달 시상대 위의 시위도 찬성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반면 세계수영연맹(FINA)은 IOC가 허용한 선수 소개 시간의 시위도 불허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후세인 알 무살람 FINA 회장은 “스타팅 블록은 스포츠의 신성함이 남아 있는 곳이고, 개인이 아닌 더 큰 전체를 존중해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일부 종목 선수는 다른 종목 선수들에 비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모든 것에 딱 맞는 해결책은 없다”면서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 기간 선수들의 시위 형태와 범위를 두고 IOC와 경기단체 및 선수들 간에 갈등이 생길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AP는 소셜미디어의 등장 이후 선수들의 영향력이 IOC 등 경기단체를 넘어서는 전환기가 도래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인권센터의 데이비드 그레벰버그는 “(선수들이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변화는) IOC뿐만 아니라 전 세계 스포츠가 직면한 도전”이라며 “모든 스포츠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Tokyo 2020]확진 선수, 실격 아닌 ‘미참가’…대체불가 땐 ‘상대팀 부전승’
- [Tokyo 2020]김학범 감독 “축구팬들에게 꼭 좋은 소식 알릴 것”
- [Tokyo 2020]리우는 잊고, 다시 떠올리는 런던의 기억
- [Tokyo 2020]우리도 벼르고 있다…유도 안창림, 6전6패 안겨준 일본 천적에 설욕전 나선다
- [Tokyo 2020]박지성의 산책·이승엽의 8회…이번엔 그대를 믿는다
- 팔 스쳤다고···4세 아이 얼굴 ‘퍽’, 할머니 팔 깨물었다
- 이 녀석 죽이려고 63억 썼는데···“이런 지독한 놈은 처음”
- [종합] 쯔양이 돌아왔다 “응원에 버텼다”
- [단독] ‘김건희 논문 의혹’ 증인들, 국감 앞서 출국…요양·가정사 이유 불출석도
- [단독] 근무 때 옷 벗고 태닝하고, 불법체류 여성 노래방 불러내고…해경 ‘얼빠진 비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