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 1년' 세입자 40%, 갱신권 안쓰고 전셋값 더냈다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시행된 지 1년만에 전월세 계약 갱신율이 평균 77.7%로 직전 1년 평균 52.7% 대비 대폭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만기가 도래한 10건 중 8건이 살던 집에서 더 살기로 한 것이어서 세입자의 평균 거주기간은 평균 3년6개월에서 5년으로 연장됐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임대차법이 "세입자 주거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했지만 갱신이 아닌 신규계약은 전셋값이 1년전 대비 25.5% 올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울 100대 아파트 임대차 계약 갱신율이 77.7%로 10채 중 약 8채가 갱신되는 결과를 보였다"며 "임차인 다수가 임대차3법 시행의 혜택을 누렸다"고 긍정 평가했다.
홍 부총리가 언급한 갱신율 통계는 국토교통부가 전월세를 대표하는 서울 대단지 아파트 100곳을 선정해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지난 5월 100대 아파트 중 임대차 계약 만기가 도래한 아파트의 77.7%가 계약을 갱신했다. 임대차2법 시행 직전 1년 평균 갱신율 57.2% 대비 20.5%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특히 전셋값이 많이 오른 서초구와 강동구가 80.0%, 85.4%로 나왔고 서대문구도 82.6%로 평균을 웃돌았다. 갱신율이 높아지면서 평균 거주기간은 제도 시행전 3년6개월에서 시행후 5년으로 1년6개월 더 길어졌다. 홍 부총리가 다수의 세입자가 임대차법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평가한 배경이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만 볼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77.7%의 갱신율은 계약갱신권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단순히 계약이 연장된 비율이기 때문이다. 갱신권을 행사했다면 직전 임대료보다 5% 이상 올라가지 않지만, 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갱신한 사람은 임대료가 시세 수준으로 올랐을 가능성이 높은데 국토부는 상세자료를 내놓지 못했다.
국토부가 100대 아파트 통계와 별개로 이날 추가로 내놓은 임대차 신고제 한달 간(6월) 효과 분석 자료를 보면 6월 전국 갱신계약 1만3000건 중 갱신권을 행사한 비율은 63.4%인 8000건에 불과했다. 6월 신고된 임대차 계약은 총 6만8000건인데 신규계약 5만5000건, 갱신계약 1만3000건으로 갱신 비중이 예상보다 높지 않은 것도 두드러진다. 고시원이나 오피스텔 등 갱신 유인이 크지 않은 주택도 신고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갱신계약 중 임대료가 5% 이내로 오른 계약이 1만건으로 전체의 76.5%를 차지하는데, 이를 100대 아파트 통계에 적용하면 갱신 아파트 77.7% 중 76.5%인 약 59%만 실제로 전월세 상한제(5% 이내 증액) 효과를 본 것"이라며 "나머지 41%는 갱신을 하면서 임대료를 5% 이상 올린 셈인데, 세입자가 권리를 적극 주장하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평가가 '자화자찬'이란 비판도 나왔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존에 계약 갱신률이 50~60%대였던 것은 나머지 40~50%는 내집마련에 성공했거나 좀 더 거주여건이 개선된 지역으로 이사한 수요도 있었을 것"이라며 "신규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대차법을 급하게 시행해 전세 시장 불안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올해 6월까지 11개월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4억9921만원에서 6억2678만원으로 25.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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