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이 된 가상자산 거래소, 금융위는 '천덕꾸러기'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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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크래프톤, 토스.
글로벌 시장에 알려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중소벤처기업부 입장에선 유망 스타트업이지만 금융위원회에선 무법지대의 자금세탁가능조직일 뿐이다.
농협지주가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만들고 KB가 이노베이션밸리를 만들어 '유니콘 육성'을 외치고 있지만 이들을 포함한 기존 시중은행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주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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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크래프톤, 토스. 글로벌 시장에 알려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다. 코로나19(COVID-19)가 촉발한 압축적인 디지털 혁신은 정보기술(IT) 기반 스타트업의 '초고속' 성장으로 이어졌다.
가상자산 거래사이트(암호화폐 거래소) 시장점유율 1위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도 그랬다.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벤처투자(VC)업계에서 8000억원대 안팎으로 평가받았다. 올해 상반기 DSC인베스트먼트로부터 두 번에 걸쳐 투자를 받으며 기업가치를 약 2조원대까지 끌어올렸다. 명실상부한 '유니콘' 반열에 오른 셈이다.
두나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2021년 유니콘 동기'들은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유통 산업의 새벽 혁신을 불러 일으킨 '마켓 컬리'가 그렇고 부동산 중계 매매에서 이제는 건설사와 메타버스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직방'도 올해의 유니콘 기업들이다. 특히 마켓컬리와 두나무는 올해 초 모두 "내년 뉴욕 증시 상장 준비"를 언급했다.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시장 가치를 국내에서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상황은 달라졌다. 마켓컬리는 국내 '유턴' 선언을 했다. 시리즈F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한국거래소가 '유니콘 기업 상장 활성화'를 내세운 덕분이다. 거래소는 성장 잠재력이 큰 유니콘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걸 막기위해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기업은 다른 재무적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상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나무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행보가 보이지 않고 있다. 두나무는 일단 9월24일까지 업비트의 가상자산거래소 신고를 안정적으로 마치는게 우선 과제다. 거래소 신고 수리 여부에 사업의 존폐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가장 필요한 은행 실명 계좌는 보유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조건부'다. 은행들은 금융위원회로부터 가상자산거래소 신고 수리를 받아야 계좌를 유지해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1위인 두나무의 상황이 이러니 소위 '빅4' 가상자산 거래소도 안심할 수가 없다. 시장에서 수천억원 대 가치를 인정받았음에도 당국의 미운털이 박혀 있다는 인식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한 때 매물로 나왔던 빗썸은 시장에서 4000억~5000억원대 기업가치로 추산받고 있다. 코인원은 올해 초 게임빌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때 2400억원 규모의 회사 가치를 인정받았다. 코빗도 넥슨으로부터 투자받던 2017년 당시 기업 가치가 1700억원으로 평가된 바 있다. 이들도 현재 가상자산거래소 신고라는 고개를 일단 넘어야만 안정적으로 존속할 수 있다.
유독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벤처 투자업계에서 유니콘, 예비유니콘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금융업계에선 '천덕꾸러기'가 된 데에는 정부부처들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중소벤처기업부 입장에선 유망 스타트업이지만 금융위원회에선 무법지대의 자금세탁가능조직일 뿐이다.
정부가 이러다보니 혁신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민간에서도 어색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농협지주가 NH디지털혁신캠퍼스를 만들고 KB가 이노베이션밸리를 만들어 '유니콘 육성'을 외치고 있지만 이들을 포함한 기존 시중은행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주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9월 특금법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금융당국이 '트래블 룰' 구체적 적용 방식이나 추가 AML(자금세탁방지) 이슈로 규제의 목을 더 죄어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며 "이런 규제 일변도로는 결국 유니콘을 탄생시키고도 산업이 후퇴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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