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뱀 풀어 측정한다

조승한 기자 입력 2021. 7. 2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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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발생한 토양 오염을 인근에 서식하는 뱀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후쿠시마 출입금지구역 뱀들의 방사능 오염을 분석해보니 후쿠시마 원전에 가까울수록 방사성 수치가 높았다.

제임스 비즐리 미국 조지아대 야생생태학 교수와 토마스 힌튼 일본 후쿠시마대 환경방사능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후쿠시마 인근의 쥐잡이뱀을 후쿠시마 토양의 방사능 오염 모니터링 도구로 삼을 수 있다고 20일 국제학술지 '어류 및 파충류'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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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인근에 서식하는 쥐잡이뱀의 모습이다. 한나 게르크 제공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발생한 토양 오염을 인근에 서식하는 뱀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후쿠시마 출입금지구역 뱀들의 방사능 오염을 분석해보니 후쿠시마 원전에 가까울수록 방사성 수치가 높았다.

제임스 비즐리 미국 조지아대 야생생태학 교수와 토마스 힌튼 일본 후쿠시마대 환경방사능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후쿠시마 인근의 쥐잡이뱀을 후쿠시마 토양의 방사능 오염 모니터링 도구로 삼을 수 있다고 20일 국제학술지 ‘어류 및 파충류’에 발표했다.

쥐잡이뱀은 북반구 곳곳에서 발견되는 흔한 종이다. 한국에서는 구렁이가 여기에 속하고 일본에서도 청대장이라는 고유종 등 여러 쥐잡이뱀이 서식한다. 주로 땅 위를 다니는 쥐잡이뱀은 하루에 100m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만 움직이기 때문에 지역 토양의 방사능 오염에 그대로 노출된다. 비즐리 교수는 “뱀은 토양 안팎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토양 환경 오염을 보여주는 좋은 지표”라며 “서식지가 작고 생태계 주요 포식자로 오염물질이 축적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에 게재한 연구결과다. 후쿠시마 출입금지구역(FEZ, 왼쪽 빨간 구역) 내 뱀들은 바깥 뱀들에 비해 방사성 물질인 세슘의 농도가 2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오른쪽 그림은 뱀들의 위치를 나타낸 것으로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서식지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종합환경과학 제공

연구팀은 2017년 후쿠시마 제1원전 북서쪽으로 20km 떨어진 아부쿠마 고원에서 한 달 넘는 기간 뱀을 추적했다. 총 55마리의 뱀의 방사성 세슘 수치를 측정하니 토양의 방사선 수치와 높은 상관관계를 지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 출입금지지역(FEZ)에서 발견된 뱀들은 몸무게 1kg당 6570베크렐(Bq)을 배출하는 양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FEZ 외부에서 확인된 뱀들은 평균 300Bq로 약 22배 차이가 났다. 후쿠시마 원전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뱀에서 발견된 방사성 세슘은 더욱 높아졌다.

연구팀은 뱀에 추적시스템을 달아 방사능 모니터링 가능 여부를 살폈다. 뱀의 뒤꽁무니 부분에 테이프를 감고 여기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송신기와 초고주파 추적기를 달았다. 9마리의 쥐잡이뱀을 추적한 결과 뱀들은 5~20일 동안 활동 반경이 1km를 벗어나지 않았다. 연구 1저자인 한나 게르크 박사는 “이들 뱀은 하루 평균 65m를 움직였다”고 말했다.

뱀의 꼬리 부분에 위치확인용 송신기를 단 모습이다. 한나 게르크 제공

뱀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따라 뱀의 방사능 오염 정도도 차이가 났다. 뱀이 숲을 주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방사성 세슘 검출도가 높았던 반면 버려진 건물 내부를 주로 오간 뱀은 상대적으로 수치가 낮았다. 게르크 박사는 “추적한 뱀의 절반 이상이 버려진 건물에서 시간을 보내 주변 토양 오염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뱀을 이용하면 방사능을 모니터링할 뿐 아니라 방사능이 야생동물에 미치는 잠재적 건강 위험을 밝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비즐리 교수는 “동물의 행동이 방사선 노출과 오염물질 축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며 “동물이 오염된 환경에 어떻게 생활하는지 연구하는 것은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같은 거대한 원전 사고의 환경 영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인근에서 쥐잡이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모습이다. 한나 게르크 제공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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