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가 가렵다 [만화로 본 세상]

2021. 7. 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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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말하는 만화들
[주간경향]

“70~80년대엔 장애인이 주인공인 작품은 출판사에서 거절했다.”

1970년대에 데뷔해 여전히 활동 중인 한 여성만화가의 인터뷰를 읽다 눈을 크게 떴다. ‘아, 그런 시절도 있었구나.’ 이 어처구니없는 말이 까마득한 오래전 이야기로 느껴졌기에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 지금은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

<겨드랑이가 가렵다>(이해경 지음) / 씨앤씨레볼루션
최소한 장애인이 주인공인 작품을 찾을 수 없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웹툰을 살펴보면 〈ho!〉,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사랑해〉, 〈다정한 겨울〉과 같이 장애인이 주인공인 로맨스물도 여러편 찾을 수 있고, 〈나는 귀머거리다〉와 같이 장애인 당사자가 청각장애인에게 사용된 비하적 이름을 재전유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일상툰도 있다. 최근 완결된 웹툰 〈도롱이〉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성 장애인 캐릭터를 그려냈다. 극중에서 이 캐릭터는 여성 장애인에 대한 세간의 편견을 역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외국 작품인 그래픽노블 〈나는 아스퍼거증후군입니다〉는 제목대로 당사자가 자기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김성희 작가의 〈똑같이 다르다〉는 초등학교에서 계약직 ‘장애아동 통합 보조교사’로 일했던 실제 경험을 서사화했다.

이 외에도 장애와 장애인의 삶을 말하는 작품들이 있을 것이다. 실은 바로 이 말 속에 함정이 있다. 장애와 장애인의 삶이 그려진 작품을 만나려면 우리는 애써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작품이 거절당하는 일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특별한 작품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여전히 장애인은 차별받고 있다.

물론 장애인이 등장한다고 모두 환영받을 만한 작품은 아닐 것이다. 벡델테스트(영화에서 성평등을 가늠하는 지수)가 왜 나왔겠는가. 여성들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여성의 관점’에서 만들어지는 작품을 찾기란 쉽지 않아서다. 한 유명 작가가 청각장애인을 비하적으로 표현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일이 불과 2019년이다. “동네 바보형”으로 희화화된 발달장애인은 대중매체 곳곳에서 여전히 어렵지 않게 포착된다.

입체적 서사를 가진 다양한 인물상이 우리 삶의 익숙한 장면에서 자연스럽고 빈번하게 등장할 때 소수자에 대한 통념과 편견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겨드랑이가 가렵다〉이다. 저자 이해경은 서두에서 인용한 말의 주인공이다. 소아마비로 인한 지체장애인으로 1974년 데뷔해 순정만화가로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겨드랑이가 가렵다〉는 저자가 51세에 국립재활원에 단기 입소하면서 만나게 된 지체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들은 소위 선천적 장애인과 달리 살아가다가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된 이들이다. 이 작품에는 장애가 있는 수많은 이들의 삶이 현실감 있게 묘사된다. 장애인이 장애인의 이야기를 그려서만은 아닐 것이다. 이해경은 자신이 중도장애인의 삶을 몰랐음을 인정하고, 그들의 삶을 배우려 애썼음을 밝힌다. 같은 장애인이란 말로 묶여 있지만, 장애인 안에는 다양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포착하고 사유하는 시선이 바로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박희정 기록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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