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또 '국민 눈높이' 핑계대며 軍만 질책, 사과가 그리 어렵나

조선일보 2021. 7. 21.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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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1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청해부대의 코로나 집단감염 사태에 대해 “국민의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문무대왕함에 탄 청해부대원 301명 중 247명이 집단감염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 군 통수권자이자 방역의 최종 책임자로서 사과 없이 군만 에둘러 질책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국민들에게 설명 한마디 하지 않았다. 김부겸 총리가 대신 사과했다.

군은 제약사와 계약 때문에 해외로 백신 반출이 불가능하고 냉동 수송·보관도 어렵다고 변명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정부와 군의 무관심과 안이함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당연히 대통령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사안이다. 문 대통령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박근혜 정부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집권 후 코로나 사태에 대해선 진정 국면일 때는 “코로나 터널 끝이 보인다” “방역과 백신 공급이 원활하다”고 자랑하더니 확산 국면 때는 “모두의 책임”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인사 참사와 부동산·일자리 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다가 마지못해 사과하곤 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부동산은 자신 있다”며 정책 폭주를 하다가 집값·전셋값이 계속 폭등하자 올 초에야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고도 정책을 바꾼 건 없다. 조국 사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장관급 인사 실패 때도 송구하다고 했지만 마이웨이 인사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전 정부와 야당·언론 탓을 했다. 반면 전 정권이 한 잘못에 대해선 거침없이 사과의 뜻을 밝혔다. 형식은 사과지만 전 정권에 대한 비난이다.

문 대통령은 사과 때마다 ‘국민 눈높이’를 거론한다. 청해부대 방역 실패엔 “국민 눈에 부족했다”고 했고, 조국 사태와 인사 검증 실패 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능력보다 국민 눈높이에 방점을 두라”고 했다. 인사 청문회에 나선 장관들도 비위·흠결이 나오면 이 말로 넘어가려 했다. 사실은 잘못한 게 없지만 국민 정서에 안 맞아서 문제라는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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