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중고차 거래 투명성 높여 신뢰 제고해야
여행을 떠난 일행이 잠자리를 뽑기로 정하는 예능 프로가 있다. 운이 좋으면 방에서 자고 나쁘면 밖에서 자야 하는 일명 ‘복불복(福不福)’ 게임이다. 중고 자동차를 매입할 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중고차 외관은 멀쩡한데 내부 사정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중고차의 성능과 사고(事故) 이력, 금액 관련 정보를 판매상에 의존하기 때문에 매입 시 속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차량은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하지만 중고차 매매 시 차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고·정비 내역을 기록에서 누락시키거나 경미한 사고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많다. 중고차 매매 시 차량 가치 판단 기준이 되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를 부실하게 기록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민원이 지난해 2000여 건에 달했다.
최근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양질의 중고차 매물이 나올 수 있고, 투명한 거래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특정 브랜드가 사실상 독식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고차 시장마저 넘어가면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고차 시장의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기존 매매 업체가 서로 양보해 상생해야 한다. 대기업은 품질력과 체계적 관리로, 기존 업체는 가격 경쟁력과 세심한 서비스를 무기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그리고 중고차의 사고 이력·성능을 속여 판매해 사고 위험을 높이고 과도한 수리비가 들어갈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고차의 사고·정비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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