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재난체계, 21세기 기후 변화에 무용지물
[앵커]
사고 초기 8-90명 선으로 알려졌던 서유럽 홍수의 희생자가 어느덧 200명에 육박했습니다.
독일과 벨기에 등 세계 최고 선진국에서 자연재해로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온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인데요.
20세기에 만들어 놓은 재난대응 시스템이 기후변화가 심각한 21세기에 무용지물이라는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유럽으로 가봅니다.
유원중 특파원!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온 원인 어떻게 분석됐나요?
[기자]
네, 지난주까지만 해도 서유럽 날씨가 여름 같지 않게 선선했었는데요.
홍수가 난 라인강 주위의 기온도 약 20도 정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여기에 지중해와 남프랑스를 지나온 고온다습한 저기압이 몰려들면서 기록적인 폭우를 만들었습니다.
라인강이 범람하자 주변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배수시설이 약한 오래된 유럽 마을은 2층까지 물이 차올랐는데요.
마을 안 도로는 그야말로 장마철 계곡처럼 물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지역의 7월 한 달 평균 강수량이 87mm인데요.
지난 15일에는 24시간 강수량이 154mm에 달했습니다.
2000년 이후 유럽에서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백 명을 넘긴 적이 없는데, 이번에 197명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아직도 연락이 안 되는 실종자가 있어 사망자는 좀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유럽의 재난대응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던데요?
[기자]
지금 독일 의회는 독일이 기상이변에 후진국처럼 당했다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피해 지역에서 홍수 경보가 빨랐다 느렸다 공방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공통된 지적은 20세기에 짜놓은 현재의 재난대응체계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겁니다.
[한나 클로크/레딩대학교 수문학 교수 : "사태는 예견돼 있었습니다.그런데 뭔가 경고에 대한 소통 체계가 잘못됐어요.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걸 잘 모르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가 현실에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독일의 한 투자은행은 이번 피해에 대한 보험금만 3조 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EU 집행위원장 : "요즘 우리 모두는 기후 변화와 지구 온난화에 맞서 싸우기 위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고 있습니다."]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에 독일과 벨기에 등은 물론 유럽연합도 화들짝 놀라 새로운 재난대응 체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있는데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비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고석훈
유원중 기자 (i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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