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독한' 폭염 온다..일사병 열사병 피하려면

이병문 2021. 7. 2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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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땐 이렇게
늦잠자면 되레 생체리듬 깨져
잠 안온다고 술·야식해선 안돼
에어컨 온도는 22~23도 적당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 걷기운동하면 숙면에 도움
일사병·열사병 주의보
충분히 쉬면서 물 자주 마셔야
통풍 잘되도록 실내환기 필수
일사병 의심될 땐 찬물샤워를
고혈압 환자는 더 조심
평균기온 30도 넘어가면 심장질환 사망 2배 늘어
찬물 끼얹다간 뇌출혈 위험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전국이 '열돔현상'(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가운데 몰려 있음)으로 펄펄 끓고 있다. 기상청은 40도에 육박하는 최악의 폭염이 발생해 2018년, 1994년에 버금가는 위협적인 무더위가 될 것으로 예보했다. 앞으로 당분간 폭염주의보 및 폭염경보가 자주 발령되고 열대야가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폭염주의보는 6~9월 하루 최고 기온 33도 이상이 이틀 이상,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 기온 35도 이상이 이틀 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폭염에 흔히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일사병(日射病)과 열사병(熱射病), 열대야(熱帶夜)에 의한 불면증이다. 일사병은 '더위 먹은 병'으로 더운 공기와 직사광선을 오래 받아 우리 몸이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열사병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폭염이 지속될 경우 몸이 열을 내보내지 못해 발생한다. 열대야는 여름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현상을 일컫는다. 주로 하루 평균 기온이 25도 이상, 하루 최고 기온이 30도 이상일 때 나타나며, 대개 장마가 끝난 뒤에 잘 발생한다. 열대야가 발생해 밤에 기온이 높이 올라가고, 습도도 높아 선풍기나 부채 같은 것으로 더위를 쫓기 어렵게 되면 숙면을 취하기가 힘들어진다.

지난해 일사병·열사병에 의한 온열질환자는 총 1078명(사망 9명 포함)에 달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발생한 2018년에는 4526명이 발생했다. 주로 50대 이상 중장년층, 남성, 단순 노무종사자가 많았고 실외에서 낮 12시~오후 5시에 주로 발생했다. 질환 종류는 열탈진이 가장 많았고 사망자 9명은 모두 열사병으로 추정됐다.

질병관리청은 '2021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범정부 폭염 종합 대책' 기간에 맞춰 5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운영한다.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무더운 날씨에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피하고 충분한 휴식과 함께 물을 평소보다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실내온도는 실외온도와 차이가 많이 나지 않도록 하고 통풍이 잘 되도록 실내 환경을 자주 환기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변에서 열사병이 발병하면 우선 환자를 서늘한 곳에 눕혀 호흡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고 탈의를 시킨 후 환자의 몸에 물을 뿜으면서 선풍기를 틀어준다. 이와 함께 구급대에 도움을 요청해 빨리 병원 응급실로 이송해 전문적인 열사병 치료를 받아야만 추후 야기될 수 있는 합병증 발병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일사병이 의심되면 서늘한 곳에 쉬도록 하면서 시원한 음료(염분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도록 하는 게 좋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거나 목욕을 하는 것도 좋고, 심한 증상에는 병원에서 수액주사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면 도움이 된다.

폭염이 발생하면 고혈압·당뇨병·만성 신부전 등 만성질환자들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하버드대 의대에서 조사한 결과, 여름철 기온이 평균보다 1도 오르면 당뇨병과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 위험률이 약 10%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심장학회 연구에서도 기온이 32도 이상일 때 뇌졸중은 66%, 관상동맥질환은 2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은 기온이 27도에서 28도로 상승했을 때는 사망률이 2.5%, 28도에서 29도로 상승했을 때는 3.1% 늘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과 같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폭염의 날씨가 심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기온이 30도를 넘으면 심장질환 사망률이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고혈압 환자들도 무더위에 조심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 환자들은 덥다고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몸이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에어컨 바람을 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확장된 혈관이 찬바람을 맞으면 갑자기 수축되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하고 냉방기를 사용할 때는 실내외 기온차이가 4~5도가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운동은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탈수는 고혈압을 악화시킬 수 있어 야외활동을 할 때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충분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당뇨병 환자도 무더위에 탈수 현상이 나타나면 급성 당뇨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운 날씨로 인해 시원한 청량음료나 빙과류, 과일 주스 등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당분 함량이 많으므로 당뇨병 환자는 피하는 게 좋다. 김선미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열사병은 신체가 조절할 수 있는 체온의 방어 기전보다 더욱 많은 열을 받게 되면 발생하며, 생리적 방어기능이 소실되면 높은 체온에 의하여 신체 조직이 파괴되어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라며 "특히나 코로나19가 지속 확산세를 보이며 마스크를 벗기가 더욱 힘들어져 적정 체온 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염의 날씨에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더운 한낮에 외출을 삼가고, 적절한 실내 온도 유지와 수분 섭취 등 폭염에 대비하는 생활수칙을 지켜야 한다.

요즘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열대야도 건강을 해치고 있다. 밤에 숙면을 못 취하면 낮에도 피로하고 몸에 활기가 떨어지며 무력감마저 느끼게 된다. 우리 몸은 밤에도 고온 다습한 기온이 유지되면 중추신경계 중 체온과 수면 각성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를 자극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잠들기 어렵게 된다.

여름철 열대야를 이기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는 에어컨이다. 여름에 잠들기 가장 적당한 온도는 18∼20도 정도다. 다만 잠들 때는 적정 온도보다 에어컨 온도를 2~3도 높게 설정해 놓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본인이 취침하기에 적당하다고 느끼는 온도가 20도면 22∼23도 정도로 설정하라는 의미다. 잠들고 1~2시간이 지난 후에는 에어컨이 멈추도록 설정해두는 게 좋다.

조깅, 자전거 타기, 걷기 등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여름철 숙면을 돕는다. 다만 지나치게 격렬한 운동은 좋지 않고, 자기 직전에 하는 운동은 오히려 몸의 각성을 유도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적어도 잠들기 2∼3시간 전에 운동을 마쳐야 한다. 습도 및 온도가 높을 때도 운동을 삼가는 게 좋다.

여름철 숙면을 위해서는 음주, 카페인 섭취 등을 피해야 한다. 더위가 이어지는 늦은 밤 술을 한잔 마시고 잠을 청하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술은 전반적인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기에 삼가는 게 좋다.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오는 기분이 든다는 사람이 있지만, 잠시뿐이고 오히려 체온이 쉽게 올라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열대야에 시달려 잠을 잘 자지 못했더라도 아침에는 일정한 시간에 일찍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신경과 교수는 "건강한 수면을 위해선 무엇보다 내 몸의 생체시계를 일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무더위에 지쳐 밤을 지새웠더라도, 아침엔 일정한 시간에 깨어 활동해야 한다. 밤에 늦게 잤다고 해서 늦잠을 자 버리면 몸의 리듬이 깨지고 다음날 잠자는 시간도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어진다"고 조언한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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