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대박! 한 끼에 이렇게 많은 탄소가 나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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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친구들과 같이 먹을 생각에 신이 난 학생들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고르긴 했지만, 승용차를 약 109㎞ 타는 것만큼 탄소가 나온다니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담임교사인 김주택 선생님은 "방금 한 것처럼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어야지' 하면서 별생각 없이 한 끼 식사를 고르면 이렇게 탄소가 많이 나오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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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박!", "한 끼에 이렇게 많은 탄소가 나온다고요?"
지난 9일 오전 서울 오현초등학교 3학년 3반의 환경수업 시간. 김밥, 김치찌개, 불고기도 모자라 “선생님 치킨도요!”를 외치던 학생들이 깜짝 놀랐다. '반 친구들이 좋아하는 밥상'을 주제로 음식을 골라 한국일보의 '한끼밥상 탄소계산기'에 입력했는데, 무려 24㎏CO₂e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계산이 나온 것. CO₂e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이산화질소 등 여러 온실가스를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한 '탄소환산량'을 뜻한다.
물론 친구들과 같이 먹을 생각에 신이 난 학생들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고르긴 했지만, 승용차를 약 109㎞ 타는 것만큼 탄소가 나온다니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담임교사인 김주택 선생님은 "방금 한 것처럼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어야지' 하면서 별생각 없이 한 끼 식사를 고르면 이렇게 탄소가 많이 나오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에 학생들은 한결 진지해졌다. "지구상엔 우리뿐만 아니라 78억 명이 사는데, 만약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엇을 얼마나 먹을까' 밥상에서 시작되는 환경교육
지난 한 달여간 3학년 3반 학생들은 평소 먹는 음식과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배웠다. 5월 29일 한국일보에서 보도한 관련 기사 및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활용한 수업이었다.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교통수단만큼이나 온실가스가 나온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처음 알았다. 식재료를 국내ㆍ국외로 운송할 때, 식품 대량생산을 위해 숲을 불태워 경작지를 개간할 때, 육류 대량생산을 위해 공장식 축산을 할 때 무수히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걸 차근히 배워갔다. 매 끼니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고, 음식을 낭비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직접 일주일간 자신이 먹은 음식을 기록하고, 한끼밥상 탄소계산기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확인했다. 이 과정을 통해 배운 건 균형 잡힌 식단이 '나의 건강'은 물론 '지구의 건강'도 지킨다는 것. 루리는 "고기 반찬을 너무 많이 먹으면 (탄소 흡수를 위해) 소나무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라고 말했다. 윤성이도 "고기를 적당히 먹어야겠습니다"라는 소감을 말했다. 단, 김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고기를 전혀 안 먹으면 여러분의 근육이 약해지고 키가 안 클 수 있다"며 적당량은 꼭 섭취할 것을 강조했다.
기후위기, '나와 우리'의 문제
학생들에게 기후변화를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 이산화탄소·지구온난화 등 어려운 개념을 말로 설명해줄 순 있지만, 이것 만으로는 학생들이 기후변화를 자신과 연관된 문제로 생각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김주택 선생님이 학생들과 실천 수업을 진행한 이유다. 김 선생님은 "자신이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는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 일상의 식사가 탄소 배출과 연관돼 있고, 결국 기후변화에도 연결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탄소중립 노력을 열흘간 직접 실천하기도 했다.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로 다녔습니다', '음식을 (낭비하지 않고) 적당히 먹었습니다', '페트병만 골라 분리배출했습니다' 등 일상적이지만 중요한 행동들이다. 이 과정에서 멀게만 느껴졌던 기후위기를 '우리의 문제'로 느끼게 됐다.
"앞으로도 지구를 위한 행동을 할 생각인가요?" 기자의 질문에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물론 이 모든 활동이 "조금은 귀찮고 힘들다"(진서)는 게 솔직한 심정. 그렇지만 이미 "지구가 건강해지고 깨끗해지는 뿌듯함"을 알게 된 아이들은 앞으로도 지구의 친구가 되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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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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