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다치면 위자료 청구 가능해진다..사람 대우받는 동물들

현행법상 '물건'에 해당하는 동물의 법적 지위가 격상된다. 반려동물이 죽거나 다친 경우 주인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민법 개정안을 다음달 3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동물을 생명체로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물은 이중 유체물에 해당하는 물건으로 취급된다. 동물을 학대하거나 살해한 경우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된 이유다.
이 때문에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피해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난 2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으나 정작 기소율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현재는 반려동물이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죽거나 다쳐도 '물건 값'에 해당하는 시장거래가액 정도만 배상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견주가 반려견을 유기견으로 오해하고 안락사한 단체를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에서 "민법이나 그밖의 법률에 동물에 대해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고 이를 인정하는 관습법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동물 자체가 위자료 청구권의 귀속주체가 된다고 할 수 없다"며 "그 동물이 반려동물이라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려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에 불과하므로 위자료 청구권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통상 물건에 대한 손해는 물건 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전 받으면 위자료는 받은 것으로 본다"며 "물건에 대한 애정이나 중요도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한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반려동물의 상실 등으로 인한 주인의 정신적 고통이 인정될 수 있다. 법무부는 다른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 당사자인 동물이 직접 위자료 청구의 주체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도 강화될 전망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학대해 살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201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3398명 중 절반이 넘는 1741명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정재민 법무심의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법체계와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는 법체계에선 근본적으로 동물학대 등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같긴 어렵다고 본다"며 "처벌 수위도 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민법 개정을 시작으로 동물학대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규정을 구체화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 역시 "이 조항을 토대로 동물보호나 생명존중을 위한 제도들이 추가로 제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동물법 전문 김동훈 변호사(법률사무소 로베리)는 "민법 개정의 다음 단계는 헌법에 동물보호의무 등이 명시되는 것"이라며 "민법이든 동물보호법이든 헌법이 근간이 돼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헌법에 물건과는 다른 동물의 지위를 명확히 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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