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그렸다 무슬림 표적이 된 만화가 별세

박은하 기자 2021. 7. 1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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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베스테르고르 생전 사진/EPA연합뉴스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그린 만평으로 전 세계 무슬림을 격분시켰던 덴마크의 만화가 쿠르트 베스테르고르가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베스테르고르의 가족들은 18일(현지시간) 그가 오랜 숙환으로 숨졌다고 현지 매체에 전했다고 독일 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베스테르고르는 덴마크 비뷔에 본사를 둔 보수성향 신문 <윌란스 포스텐>에서 1980년대부터 만평작가로 일하기 시작했다. 2005년 9월 30일자 이 신문에 실린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의 얼굴을 그렸다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윌란스 포스텐>은 이슬람에 대한 덴마크 사회의 자기검열 세태를 풍자하기 위해 ‘무함마드의 얼굴’이란 제목을 기획했고, 만화가 12명에게 무함마드의 얼굴을 그리도록 해 이를 3면에 실었다. 이슬람은 신과 예언자 무함마드는 물론 평범한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그리는 것을 신의 권능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 금기시 한다.

베스테르고르의 만평은 이날 신문에 실린 만평 중에서도 가장 화제를 모았다. 그는 무함마드를 폭탄 모양의 검은색 터번을 쓴 험상궂은 인상의 얼굴로 묘사했다. 무함마드의 얼굴을 그린 것 자체가 논란거리였는데 이에 더해 무함마드를 테러리스트에 비유한 것이다. 다른 만평가는 이슬람의 상징인 별과 초승달을 활용해 무함마드를 그렸고, 칼을 든 무함마드를 그린 만평가도 있었다.

베스테르고르가 2005년 그린 무함마드 만평


신문사와 베스테르고르는 전 세계 무슬림들의 분노의 대상이 됐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무슬림들의 반대 시위가 일었고, 이슬람 국가에 주재하는 덴마크 대사들은 각국에서 항의를 받았다.

베스테르고르에 대한 암살 위협도 이어졌다. 2010년에는 28세의 소말리아 남성 한 명이 베스테르고르를 살해하려고 흉기를 들고 그의 집에 침입해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그는 계속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았다. 말년에는 비밀주소에서 경호원들과 함께 살아야 했다.

베스테르고르는 2008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 만화가 서방국가에서 이슬람의 위치에 대한 중요한 논의를 촉발시켰다”며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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