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건축 기술은 세계 최고? 다 옛날 이야기

박철현 2021. 7. 19.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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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결함 맨션' 뉴스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온다. 현장에는 젊은 일본인이 없다. 하청에 재하청을 준 탓에 조수는 거의 외국인이다. 현장 감독 및 관리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박철현 제공일본 고가네이시에 위치한 타워맨션(고층아파트).

아내가 타워맨션(한국의 고층아파트에 해당하지만 대규모 단지는 아닌 경우가 더 많다)에 관한 기사 링크를 스마트폰 메시지로 보냈다. 업무 시간에는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따라 유독 자꾸 ‘읽어봤냐’고 재촉했다.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저러는가 싶어서 휴식 시간에 링크를 클릭했다. 엄청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전 설명을 잠깐 하자면, 내가 거주하는 고가네이(小金井)시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타워맨션 개발계획이 진행됐다. 흔히 디벨로퍼라 불리는 개발업자들이 개발하고자 하는 지역을 선정한 뒤, 원(原)거주자들의 땅과 건물·주택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구입해 그 자리에 분양 맨션을 짓는다. 디벨로퍼들이 필지 64곳을 구입하는 데만 5년, 철거 및 택지개발에 1년, 설계 1년, 시공에 3년이 걸린 그야말로 대공사였다. 천하의 노무라 부동산이 전체 프로젝트를 지휘했고, 슈퍼 제네콘(일본에서 대형 종합 건설기업을 일컫는 용어) 5총사 가운데 하나인 시미즈 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슈퍼 제네콘들은 어떤 공사를 수주할 때 설계·시공·감리까지 한꺼번에(一式) 받아 모든 책임을 진다. 일본 특유의 토목·건축 방식이다. 시미즈 건설은 오바야시구미, 가시마 건설, 다이세이 건설, 다케나카 공무점 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 건설기업이다. 이 기업들은 특히 연 매출 1조 엔 이상을 항상 기록하기 때문에 ‘슈퍼 제네콘’으로 따로 묶인다. 실제로 시미즈 건설의 2020년 ‘3월기(2019년 4월1일~2020년 3월31일)’ 결산을 보면 매출액 1조6982억 엔이며 영업이익은 1339억 엔으로 나온다. 서열 6위인 하세코 코퍼레이션이 같은 시기 매출액 8909억 엔, 영업이익 984억 엔을 기록한 것을 본다면 꽤 차이가 있다. 게다가 타워맨션의 최고급 브랜드 중 하나인 ‘프라우드’가 붙었고 고가네이시도 전폭적으로 협력했으니, 그야말로 몇 년간 시 전체가 들썩인 대규모 개발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결과를 방증하듯 2020년 5월 ‘프라우드 무사시코가네이 크로스’ 타워맨션은 완공되자마자 4000만 엔 규모의 원룸(35㎡)부터 2억 엔의 최상층 세대(180㎡)에 이르는 716세대가 거의 다 팔릴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tokyodomin.com 갈무리 2015년 ‘기울어진 맨션’으로 문제가 되었던 ‘파크시티 Lala 요코하마’는 올해 2월 재건축되었다.

이랬던 최고급 타워맨션이 아내가 보내온 사진 주간지 〈프라이데이〉의 기사에 따르면 결함투성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지난해 입주해서 살고 있던 주민들은 방음 및 방화설비, 방수설비 등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삼자대면(노무라·시미즈·주민협의회)까지 했다. 시공을 맡았던 시미즈 측은 건축 전문용어를 써가며 문제가 없다는 투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도저히 생활할 수 없었던 주민 중 일부가 민간 조사기관 ‘일본 건축검사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44페이지에 걸친 ‘중대한 시공 불량’ 평가서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공 불량 내용이 놀랍다. 타워맨션의 결함 조사를 담당했던 이와야마 겐이치 건축 조사사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공사 담당 업체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입주자

“먼저 방음설비인데, 상하층 사이에 위치한 이중 마루엔 소리를 차단시키는 고무 패킹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안 들어간 경우가 많다. 이중 마루의 합판이 서로 부딪치니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째로 각 호실에 설치된 각종 미터박스 안의 석고보드가 헐렁하다. 제대로 붙이지 않았다. 석고보드용 핀(타카)으로 고정시켰는데 국토교통성이 정한 기준인 최소 10㎝ 간격을 지키지 않았다. 미터박스 안에는 가스배관도 지난다. 만약 이 안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불연 재료인 석고보드가 불을 막아야 하는데, 이게 헐렁거릴 정도니 문제가 심각하다. 마지막으로 화장실 석고보드는 방수용 석고보드가 아닌 일반 석고보드를 썼다. 일반 석고보드를 사용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습기가 올라와 결국 부식되고 곰팡이가 핀다. 너무 기초적인 실수들이라서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나 역시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기사를 읽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천하의 시미즈 건설이 시공·감리를 책임진 타워맨션에서 이런 기초적인 결함이 나올 수 있는 건가. 아내가 이 기사에 놀란 이유는 이미 지인 몇몇이 타워맨션에 입주해 있기 때문이다. 큰딸은 맨션에 거주하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타워맨션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는 사진을 보내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곳이 결함투성이 맨션이었던 셈이다.

일본의 ‘결함 맨션’ 뉴스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온다. 2015년 요코하마의 이른바 ‘기울어진 맨션’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당시 디벨로퍼는 ‘미쓰이 부동산 레지덴셜’이었다. 미쓰이 측은 주민들의 비난이 폭주하자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이어서 어쩔 수 없다”라고 일단 발뺌했다. 결국 맨션의 주추인 철제 기둥이 설계대로 착공되지 않았다고 자백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기울어진 1개 동을 전면 재건축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공사는 올해 2월에 비로소 완료되었다. 미쓰이 측이 이 공사에 들인 비용은 무려 400억 엔에 이른다. 맨션 해체 및 재건축에 300억 엔, 주민들의 임시 거주처 제공 등 관련 보상에 100억 엔이 들어갔다. 무엇보다 6년의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그래도 미쓰이니까 문제를 해결했다’고 안도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노무라 부동산 역시 “설계대로 변경하겠다”라고 재빠르게 실수를 인정해 커다란 뉴스가 되지는 않았다. 규모가 크고 이름 있는 회사들이기 때문에 실수가 발각되어도 ‘어떻게든 해결된다’는 믿음이 일본인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같은 어이없는 사고가 일어나도 디벨로퍼 및 시공사의 실적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노무라 부동산을 검색하면 ‘고가네이시 타워맨션의 결함’ 따위 뉴스들은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노무라의 해외 진출을 선전·홍보하는 기사로 가득하다. 일본 언론사의 최대 광고주가 통신사·부동산·건설사·금융업 등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그 이유 역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다만 매일 집으로 퇴근하면서 타워맨션의 건축 현장을 봤고, 본업으로 부동산과 인테리어 사업을 함께 하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일본 건설업체나 부동산업체들을 무조건 신뢰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때 한국에서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일본의 건설 기술 및 건축 현장을 세계 최고로 떠받들며 무조건 맹신하는 경향이 있었다. 모두 옛날이야기다. 앞서 말한 결함 맨션들의 문제점은 결국 시공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지금 현장을 가보면 일본인 젊은 친구들은 거의 없다. 반장급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은 사람이다. 젊은이들은 말쑥한 양복을 차려입고 영업하러 돌아다니고, 현장은 60대 장년층의 설비 기술자와 목수들이 채우고 있다. 그들의 현장 조수는 중국·이란·네팔·인도·베트남 등에서 온 외국인이 거의 담당한다. 외국인 조수들의 능력을 무시하거나 깔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작업장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출퇴근길에 타워맨션 공사 현장을 지나가다 보면 엄청난 수의 외국인들이 일하고 있다. 그들을 시미즈가 직고용했을 리는 없다. 하청에 재하청을 줬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미즈는 현장 감독 및 감리라도 확실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조그마한 공사 현장에나 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타워맨션 정도 되는 대형 공사라면 감독자가 일일이 현장을 찾아다닐 수도 없다. 결국 믿고 맡길 수밖에 없는데, 이 방법이 과거 어느 순간까지는 통용되었으나 지금은 한계에 달한 것이다.

ⓒ박철현 제공6월 데쓰야공무점 직원들이 커피숍 공사를 하고 있다. 데쓰야공무점은 알음알음 쌓은 인맥으로 소소하게 일한다.

게다가 앞서 말한 일본만의 독특한 제네콘 문화로 인해 원청인 발주처(타워맨션의 경우 노무라 부동산)는 공사에 대한 책임을 하청인 수주처(시미즈 건설)에만 물으면 끝이다. 원청은 별다른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번 고가네이시 타워맨션의 경우에도 시미즈 건설이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다. 실제로 방화설비, 소음 문제 등을 일으킨 시공 불량 관련 작업은 아마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재재하청 업체가 담당했을 터이다. 이런 현장의 현실을 모르는 선량한 입주자들은 시미즈와 노무라의 이름만 믿고 들어왔을 것이다. 실제로 공사를 담당한 업체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일꾼을 직접 데리고 일하는 게 엄청난 장점”

이런 현장의 현실은 필자가 운영하는 데쓰야공무점 같은 소규모 업체에도 적용된다. 6월 현재 데쓰야공무점은 8월까지 일정이 차 있다. 현장 작업 4건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물론 견적 금액을 다 합해봤자 시미즈 건설의 1만 분의 1도 안 되겠지만, 이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이번에 데쓰야에 처음으로 커피숍 공사를 발주한 재일동포 사장이 착수금을 쏘아주던 날 저녁이나 먹자면서 나에게 말했다.

“한 3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을 종합해보니 데쓰야의 평판이 아주 좋더라고. 손도 빠르고, 다른 업체보다 약간 싸고, 무엇보다 일꾼들을 직접 데리고 일한다고…. 그게 바로 엄청난 장점이다.”

그러면서 사장님은 그동안 발주해온 다른 일본 업체 이야기를 잠깐 했다.

“그 친구도 열심히 하는데 혼자니까 엄청 느리지. 무슨 공사를 할 때마다 에어컨·배관·전기·수도 작업자들을 따로 부르니까 작업이 지체될 수밖에 없겠지.”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러고 보니 데쓰야공무점은 홈페이지도 하나 없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브랜드 파워로 승부하는 큰 회사가 있는 반면 데쓰야처럼 알음알음 쌓은 인맥으로 소소하게 꾸리면서 ‘직원들 월급이나 제때 잘 주고 안 망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업체도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데쓰야가 지금까지 해왔던 공사 300여 건에서 ‘중대한 결함’이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 본격적인 이야기를 다음 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박철현 (일본 데쓰야공무점 대표·작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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