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톡] 스타트업 대표는 '최고 채용 책임자'

박소령 대표 2021. 7. 19.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연봉이 높고 미래에도 유망한 최고 인기 직업은? 1위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그렇다면 2위는 뭘까? (잠시 생각해 보시라.) 2위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테크 리쿠르터(tech recruiter)’. 미국 MBA 안에서 도는 말이라 한다. 졸업 후 투자업계 및 컨설팅, 글로벌 기업으로 커리어 개발을 하려는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MBA 환경에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엔지니어는 지금 이 순간 가장 뜨거운 환영을 받는 직업이다.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를 매길 때 엔지니어 1명당 5억원씩 더하라는 말은 이미 10년 전부터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했다(지금은 그 숫자가 5억원보다 더 올라갔을 것 같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연봉을 시장에서 책정되는 나의 가격이라 정의할 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연봉은 수요와 공급 곡선 논리를 정확히 따른다. 기업들의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크게 부족하다.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 등 7사)로 불리는 인기 유니콘 기업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혈안인 대기업들, 그리고 비즈니스 혁신을 만들려는 수많은 스타트업까지 다들 엔지니어를 간절히 원한다. 이러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엔지니어를 우리 팀에 모셔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테크 리쿠르터의 연봉도 덩달아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엔지니어뿐 아니라 조직에 필요한 모든 직무의 채용을 책임지는 최종 리쿠르터는 단연 그 회사의 대표다.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일하는 친구가 몇 년 전 해 준 명언이 있다. 대표의 일은 3R이 전부다. IR(Investor Relations), PR(Public Relations), HR(Human Resources). 가장 난도가 높은 것이 HR이고 그 다음이 PR. 이 두 가지가 잘되어 있다면 투자금을 유치하는 업무인 IR은 상대적으로 가장 쉽다는 것이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막연히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뼈저리게 체감 중이다.

대표의 일로서 HR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인재를 팀에 모셔오는 채용(Talent Acquisition)이고, 둘째는 인재가 팀에서 계속 성과를 내며 일할 수 있도록(Talent Retention) 만드는 것. 사업 상황에 따라 둘 중 어디에 더 무게중심을 두면서 일할지 판단을 잘하는 것도 대표의 역할이지만,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일이 무얼까 생각해보면 역시 채용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채용 전략은 회사와 대표가 가진 강점에 따라 팀마다 다르겠으나 핵심은 이것이라 생각한다. 인재가 느끼는 결핍을 파악하고 결핍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

문제는 상대의 결핍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재능을 본능적으로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숙련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채용 성공 타율에 대해 스스로 계산이 서려면 실력의 임계점을 넘어서야 하고 그러려면 채용에 투입되는 절대적인 시간 싸움이 필요하다. 즉, 채용에 쓰이는 대표의 시간은 측정되어야 하고 성과로 관리되어야 하는 귀한 자원인 것이다. 인텔 전 CEO 앤디 그로브는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라는 명저에서 대표의 캘린더만큼 그 회사의 전략을 잘 보여주는 건 없다고 조언했다. 대표의 캘린더는 주기적으로 리뷰되어야 한다. 회사의 전략에 맞추어 대표의 시간이 쓰이고 있는가? 대표가 채용에 쓰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번쩍 정신이 든 채로 내 캘린더를 점검하며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