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새도 죽으면 북으로 가더라

김광희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2021. 7.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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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새가 누워 있다. 모든 누운 것은 편안해 보인다. 누가 잡아다 놨을까? 개가 그랬으면 축축하게 침이 발려 있어야 할 텐데 뽀송뽀송하다. 창문에 깃털이 묻어 있다. 전속력으로 날아와 부딪친 충격을 받아낸 창문 깊숙이 나무가 비친다. 거실 유리창에 비친 나뭇가지에 앉은 새가 얼마나 멋졌으면 목숨 걸고 날아들었을까. 그렇게 새를 속일 생각은 없었는데, 창문 안에 커튼을 치지 않은 내 잘못이다. 깃털처럼 가볍다. 이렇게 보드라운 촉감이라니, 온통 반짝이는 초록과 파랑의 희망 같은 털을 가진, 죽음도 비켜 갈 것같이 예쁜 새도 죽는구나.

한 번도 죽은 새를 묻어 본 적이 없는데, 흰 종이에 싸서 마당 귀퉁이 목련 나무 밑에 묻어준다. 새는 죽어서 북으로 간다고 하던가. 목련은 꽃이 북을 향해 핀다. 이 목련이 해마다 너를 향해 꽃피워 줄 것이다. 수십 수백 꽃이 촛불을 켜듯, 향을 사르듯 꽃피워 줄 것이다.

사람도 죽으면 북으로 간다고 믿는다. 그래서 북을 향해 촛불을 켜고 향을 사르고 사배한다. 불교를 주로 믿는 네팔의 장례 중에 시신을 독수리 먹이로 주는 장례 풍습이 있다고 한다. 물론 화장할 나무가 없는 환경 탓도 있지만, 시신을 먹은 독수리가 하늘로 올라가면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한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삶의 마지막까지 영혼을 품고 있던 육신을 독수리들에게 공양함으로써 최후의 공덕을 베푼다고 믿는 것이다.

새는 사람의 혼을 하늘로 데리고 가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하늘의 정령이 아닐까. 새는 뼈가 비어서 가볍게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던가. 그 뼈의 빈 공간에 사람의 영혼을 담아 북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죽어서 영혼이 북으로 가는, 영혼의 고향이 같은 새와 사람은 같은 조상을 가졌는지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를 기르고 느낌을 주고받나 보다. 깃털의 보드라움을 손안에 지문처럼 남긴 새를 묻고, 그 자리에 작은 막대기 하나 꽂는다. 잘 가라, 가서 더 좋은 진짜 나무에 앉은, 더 멋진 짝을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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