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구용의 직관]삼성·현대보다 네이버·카카오

박구용 전남대·광주시민자유대학 교수 2021. 7. 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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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메타피직(Metaphysic)에서 메타버스(Metaverse)로 대전환이 일어난다. 초월적 본성이나 원본을 향한 형이상학적 열망은 차갑게 식은 지 오래다. 관계가 바뀌면 다 바뀐다는 것이 자명해지면서다. 모든 것은 서로 작용하고 변화한다. 상호작용 바깥에 변하지 않는 본질의 세계는 없거나 무의미하다. 의미의 세계는 관계와 더불어 변화하는 무수한 현상으로서 데이터의 세계, 곧 메타버스다.

박구용 전남대·광주시민자유대학 교수

메타(Meta)는 ‘~ 사이’ ‘~ 뒤에’ ‘~ 위에’를 뜻한다. 메타피직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전집을 만들며 생긴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사후 300년이 지난 기원전 1세기경 처음으로 그의 전집을 편집 구성한 안드로니코스는 논리학, 윤리학, 정치학, 시학, 수사학, 자연학 순서로 배치했다. 그런 다음 이런 학문들의 궁극적인 원리에 해당하는 글들을 모아 ‘자연학 뒤에 위치하는 글들’이라는 뜻으로 메타피직(ta meta ta physika)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후 메타피직은 궁극의 원칙과 본질을 탐구하는 제1의 학문, 곧 형이상학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진다.

초감성적 세계, 초월적 세계, 신적 세계에 관한 학문으로 메타피직을 좁게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전체 학문이 하나의 나무라면 메타피직은 뿌리나 그것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토지로 줄어든다. 하지만 넓게 보면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믿는 모든 지식체계는 기본적으로 메타피직이다.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확정 판단은 메타피직을 해체하는 마지막 메타피직 명제인 셈이다.

메타버스는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유니버스는 ‘하나’(unus)와 ‘돌다’(verto)를 합쳐 ‘하나를 중심으로 도는 세계’, 그래서 모두에게 동일한 하나의 세계인 우주를 의미한다. 그러니 유니버스라는 말 자체가 메타피직의 유산이다. 하나의 세계는 없고, 무수히 많은 관계의 세계만 있다는 의미에서 메타버스가 탄생한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이 현상세계와 교차하면서 만드는 무수히 많은 세계, 곧 정답은 없고 데이터만 있는 세계다.

공공재 성격 강한 네이버·카카오
곧 한국 경제를 주도할 것이다
우린 두 곳의 소비자이자 생산자
그들을 규제하고 공유하는 길을
정치는 빨리 찾아야 한다

2016년 이후 팡(FAANG)이라 불리는 기업들이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생능력을 상실한 시장을 국가가 구제하면서 메타버스의 세계로 가는 길목을 누비던 팡의 시대가 열린다. 그런데 팡 기업들은 국가를 횡단하고 초월할 뿐만 아니라 무시하고 제치려 든다. 메타버스 전환을 이끈 팡이 메타피직의 지위를 독차지하려 든다.

메타버스 기업들은 사기업이지만 동시에 공공재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용과 접속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거꾸로 그것을 제공하는 공급자는 최소인 것이 공공재다. ‘최소 공급자, 최대 사용자’ 규칙에 비추어보면 팡 기업은 모두 공공재다. 토지, 항만, 도로, 건축, 전기와 통신은 메타피직 시대의 대표적 공공재다. 모든 공공재는 사적 소유의 대상일지라도 공유의 기반 위에서만 정당하다. 그만큼 강력한 책임과 의무가 부과된다. 내 땅도 사실은 모두의 땅이니까!

‘최소 공급자, 최대 이용자’의 원칙에 비추어볼 때 구글은 제1 공공재다. 미국에서는 30개 이상의 주정부가 구글을 상대로 한 초당파적 독점 금지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독점 금지만이 아니라 공공재로서 책임과 의무를 강제하는 정치적 행위도 잇따른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의 구글이고 페이스북이다. 그런데 이들은 독점적 지위를 갖는 대기업을 넘어 삼성이나 현대처럼 모든 업종을 집어 삼키는 재벌로 변모하고 있다. 공공재로서의 어떤 제약도 받지 않으면서 거꾸로 공공성을 위협하고 있다. 두 기업은 국가 권력의 작동방식만이 아니라 선출과정에까지 은밀하고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공공성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것을 차단하려면 무엇보다 그들이 수집한 데이터와 그것을 가공하는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공적 감시를 받게 해야 한다. 알고리즘은 편견 없는 공식이 아니라 악마의 심장이 뛰는 수학이다.

빅데이터-알고리즘-퍼포먼스의 체계를 갖춘 기업이 메타버스 경제를 장악한다. 삼성, 현대보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카카오, 네이버가 곧 한국 경제를 주도할 것이다. 우리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소비자일 뿐만 아니라 두 회사의 데이터 제공자이자 생산자다. 이 맥락에서 정치가 두 기업을 규제하고 공유하는 길을 빨리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두 기업이 주는 이익만큼 위험도 커질 것이다.

박구용 전남대·광주시민자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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