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바이든·트럼프 재대결과 韓·美 관계

국기연 2021. 7. 1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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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맹 복원 속 경제민족주의 추진
트럼프, 여전히 공화·보수진영 1위
향후 리턴매치 갈 땐 극한 정치대결
어느 쪽이든 동맹국 양보 강요할 듯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을 맞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당시 78세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세웠고, 지난 대선에서 자신을 ‘과도기 관리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몰아내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는 끝나고, 4년 뒤에는 민주당 후계자에게 바통을 넘기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갔다. 백악관은 82세에 집권 2기를 시작하는 바이든 재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이 자신의 최고령 대통령 기록을 다시 깨려고 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트럼프다. 바이든은 지난 6개월 동안 트럼프 정부 잔재를 일소하면서 과감한 국가 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 기간 트럼프도 여느 전직 대통령들처럼 조용히 초야에 묻혀 있지만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결과 불복 입장을 고수하며 공화당의 실질적 오너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그의 열성 지지층도 대오를 이탈하지 않았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바이든이 국정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수록 트럼프도 미국의 반쪽에 철옹성을 구축해 가고 있다. 상원과 하원의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의 꼭두각시로 전락했고, 그에게 반기를 들었던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 총회 의장 등이 쫓겨났다. 트럼프는 미 공화당원과 보수 진영에서 여전히 천하무적이다.

공화당의 여론조사 전문가 존 매클로린이 이달 초 트럼프를 비롯한 14명의 차기 대선 예비주자를 놓고 공화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 조사에서 트럼프가 55%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13명 중 두 자릿수를 넘는 주자는 없었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가 각각 4%를 기록했을 뿐이다.

트럼프는 지난 11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미국 최대 보수주의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총회에서 연설했다. 이 행사 참석자를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후보 조사에서 지지율 70%를 기록했다. 그의 뒤를 이어 디샌티스가 21% 지지를 얻었고, 나머지 예비주자들은 1% 안팎에 그쳤다. 이는 지난 2월 CPAC 행사 당시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 55%를 훨씬 뛰어넘은 수치다. 미 시사 전문지 ‘더 위크’는 “지난 6개월 동안 트럼프가 비교적 침묵을 지켰음에도 그의 입지는 강화됐고,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전문지는 “트럼프가 앞으로 2년 동안 바이든 때리기에 올인하면 그가 공화당 예비 선거를 석권하고,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확고한 자리를 굳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앞으로 정치적 보폭을 넓혀가면서 바이든 정부의 국내외 정책에도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칠 게 확실하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바이든 정부에 십자포화를 퍼부을 것이고, 바이든은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 2022년 중간선거와 2024년 대선 표밭을 의식한 선택을 할 게 뻔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바이든과 더불어 트럼프의 행보도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대선 과정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한·미동맹을 날려버리겠다’는 식으로 언급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캐럴 리어닉과 필립 러커가 최근 저서에서 소개한 내용도 간과하기 어렵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내팽개친 동맹 복원을 외치면서도 경제민족주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바이든이 새로운 유형의 ‘유사 보호무역주의’와 냉전시대 이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가장 어두운 경제민족주의를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경제대국을 건설해야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FP는 전했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와 바이든의 경제민족주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에 경제적 양보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바이든과 트럼프가 예상대로 리턴 매치의 길로 가면 미국 국내적으로는 양측 간 극한 정치 대결이 불가피하고, 바이든 정부는 대외 분야에서 한국 등 다른 나라를 상대로 눈 딱 감고 미국 이익 챙기기 전략을 밀어붙일 것이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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