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열심히 공부할 줄은" 공부벌레 판사들도 놀랐다

정희영,홍혜진 2021. 7. 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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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판례공보 스터디' 운영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
2012년 시작 판례공부 모임
지난해 '줌' 영상회의 도입후
388명 회원으로 급성장
전국 판사 약 10% 참가
"이렇게 열심히 공부할줄 .."
홍승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지난 16일 서울고법 소회의실에서 판례공보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서울고등법원]
"법의 원리와 체계를 이해하는 데 판례공부만 한 게 없습니다. 열심히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법의 지혜'에 좀 더 다가가는 느낌이랄까요."

홍승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10년째 '판례공보 스터디'를 운영해오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스터디 회원은 388명이고 현직 판사만 270명에 이른다. 전국 판사 정원은 3214명인데 정원 대비 결원이 약 10%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판사의 약 10%가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홍 부장판사가 처음 스터디를 시작한 것은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있던 2012년이었다. 판사 보조업무를 하는 재판연구원들을 교육하려는 목적으로 스터디를 열었다. 이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기며 민사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연구관들과 함께 스터디를 이어갔다. 2017년 9월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배석판사, 연구원들과 함께했다. 10명 미만으로 시작한 모임은 이내 입소문을 타고 30여 명이 참여하는 모임이 됐다. 2019년 10월 대법원에 정식 커뮤니티로 등록된 이후에는 회원이 100여 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는 스터디가 외적으로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홍 부장판사는 "코로나19를 피해 잠시 중단하기로 했는데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스터디가 수개월째 열리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영상회의 플랫폼 줌을 활용하기로 하면서 위기는 기회로 반전됐다. 2020년 10월 16일 줌을 활용한 첫 원격스터디가 시작됐다. 이후 전국 법원에서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 판사를 그만두고 학계에 진출한 사람들도 스터디 참여를 희망해 현재는 외부 교수와 변호사 등도 회원 자격으로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전국 법원 판사들이 한데서 공부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전환을 하며 이런 기회가 생겼다"고 웃었다.

스터디는 발표를 맡은 재판연구원이 먼저 대법원의 판결공보를 정리하고, 사건의 사실관계와 판결 요지를 2분 이내로 설명하며 시작된다. 설명이 끝나면 홍 부장판사가 관련 법리와 판례를 설명한다. 이후 판례에 대한 개인 의견을 교환하게 된다.

모임은 1년 단위로 스터디 내용을 모은 '민사판례해설' 책을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출간된 첫 책의 경우 처음에는 회원 수에 맞춰 200부만 인쇄했으나 요청이 많아 결국 1000부를 찍었다.

민사판례해설 책은 대한변호사협회와 대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각 학교 로스쿨 사이트에도 게시를 허용했다. 홍 부장판사는 "파일을 수정하거나 영리 행위를 하는 건 곤란하지만 나머지는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판례를 분석하고 공부하는 데 출발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부장판사는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을 역임하는 등 법원 내에서도 손꼽히는 법리해석 전문가다. 학력고사와 사법연수원에서 모두 1등을 차지한 '수재'로도 유명하다. 학력고사 수석을 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영어 선생님인데 영어에서 한 문제를 놓쳐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희영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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