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집단감염 청해부대..그들의 헌신에 위로를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은 애초부터 코로나19에 취약했습니다. 장병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2월 출항해 코로나19 통제력이 떨어지는 아프리카와 중동 해역 한복판에서 비좁은 함정 생활을 했습니다. 한 명이라도 발병하면 감염은 걷잡을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청해부대 장병들은 혹여 감염될까 육지에 발 한번 딛지 않으며 우리 국민과 상선 보호 임무에 헌신했습니다. 국방부와 합참, 해군 지휘부는 그들의 건강이 걱정돼 노심초사했습니다. 백신을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었습니다. 거의 똑같은 여건에서 임무를 완수한 청해부대 33진, 32진처럼 잘 버티고 복귀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럼에도 집단감염이 터졌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좀 더 세밀한 사전 예방조치를 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짙게 남습니다. 청해부대 장병과 부모들에게 면목 없게 됐습니다. 야당과 일부 매체들은 "군과 국가가 청해부대를 버렸다", "정부가 방치했다"며 매정하게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이역 만리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감염된 장병들을 함께 걱정하고 대책을 강구할 일이지, 군이나 정권을 비판할 기회가 아닙니다. 군을 과도하게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백신 안 보냈나, 못 보냈나
PCR 검사는 왜 늦었나
이런 상황이 되면 즉각 유전자 증폭 PCR 검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PCR 검사를 못했습니다. 대신 신속항체검사 간이키트로 진단했습니다. 아무래도 간이키트는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모두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PCR 검사를 했으면 7월 2일부터 확진자를 식별해 초기 대처가 됐을텐데 문무대왕함에는 유전자증폭기 선별진료소가 없습니다.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니 파병 함정에도 선별진료소를 대동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선별진료소 없이 먼길 보낸 것을 탓하기도 좀 민망합니다. 이밖에도 안타까운 장면이 몇 가지 더 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아쉬운 것입니다. 군이 완벽하지 못했던 것은 맞지만, 마음을 놓지도 않았습니다. 군은 청해부대를 방치한 적 없습니다.
우리가 평화에 익숙해져서 그렇지 모든 군인들은 위험한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당장 오늘이 될지도 모를 유사시에 목숨을 내놓고 불구덩이에 뛰어들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청해부대 34진은 그와 같은 위험에 더해 코로나19와도 싸웠습니다. 며칠 내로 공중급유기편으로 귀국할텐데 그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회만 생기면 군 전체를 헐뜯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관행도 좀 고쳐졌으면 좋겠습니다. 한 고위 장성은 며칠 전 기자에게 "군을 무서워하는 나라도 후진국이지만, 군을 무시하는 나라도 후진국"이라고 말했습니다. 군복을 존경하는 나라들은 대개가 선진국입니다. 최근 잇따른 사건사고를 계기로 군은 신뢰 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이에 맞춰 군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각도 조금씩 교정되길 기대해 봅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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