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쌈' 신현수 "외사랑 끝 연기, 새롭고도 행복했죠"

진향희 2021. 7. 1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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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역대 최고 시청률 '보쌈'에서 이대엽 역
"외사랑 끝 표현, 즐거웠다"
"죽음으로 퇴장했지만 세드 엔딩이라 생각 안해"
신현수는 형수가 되어버린 수경(권유리)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남자 이대엽으로 분했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배우 신현수(32)의 표정은 밝았다. 안 그래도 맑고 선한 얼굴에 행복감이 가득차 보였다.

‘보쌈’을 촬영하면서 “연기하는 자체가 재밌고 행복했다”는 그는, 권석장 감독의 첫 사극에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MBN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9.4%)을 쓴 ‘보쌈-운명을 훔치다’(이하 보쌈)에서 한 사람을 향한 애틋하고도 절절한 순애보를 맞춤옷을 입은 듯 연기했다.

오직 수경(권유리 분)만을 바라보는 애달픈 사랑부터 연적을 넘어선 바우(정일우 분)와의 우정, 출생의 비밀로 인한 혼란스러움까지. 인물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높은 몰입도를 선사했다. 그 어떤 작품에서도 보여준 적 없는 스펙타클함이었다.

‘보쌈’은 생계형 보쌈꾼이 실수로 옹주를 보쌈하며 벌어지는 파란만장 인생 역전을 그린 드라마로 MBN 종전 최고 시청률을 보유했던 ‘우아한 가’의 8.5%를 뛰어넘고 새 역사를 썼다.

최근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신현수는 “‘와이키키’ 이후 오랜만에 인사 드리는 거라 두려움이 있었고, 더구나 사극이라 우려했던 지점들이 있었다”며 “저라는 배우에 대해 잊지 않고 기억해주고 응원해주는 분들 덕분에 큰 에너지를 얻었다. 과분하고 행복한 3개월을 보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부모님과 고성에 계신 외할아버지가 ‘황금빛 인생’ 이후로 아들의 작품을 즐겁게 챙겨보신 게 가장 보람 있고 기뻤다”고 웃었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이대엽은 마지막회에서 아버지인 줄로 알고 살아왔던 이이첨의 칼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신현수는 오직 한 여인만을 바라보고 지키기 위해 애쓰는 ‘이대엽’으로 분했다. 특히 이대엽이 이이첨(이재용 분)의 아들이 아닌 왕손이었다는 반전과 수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순애보가 절절하게 그려져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신현수는 “대엽은 사랑에 결핍이 있는 인물이다. 그 원초적 외로움을 수경을 통해 채워나갔다.단순히 사랑에 눈먼 사내가 아니라,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나름의 사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경(권유리)을 지키기 위해 가문도 버렸지만 오히려 즐거웠다. 칼에 베이고 총에 베이고 외사랑의 끝을 표현해보는 게 즐거웠다”고 돌아봤다.

“제 필모에서 외사랑을 깊게 하고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고 외로움이 기저에 깔려있는 강한 인물을 연기해본 적이 없었죠. 그 당시 신현수란 감정이 그걸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새로운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죠.”

작품에서 액션과 사랑, 배신과 대립, 죽음까지 연기한 것은 처음이었다. 신현수는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그동안 주로 청춘물을 하면서 깊은 감정선을 보여드린 적이 없었는데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들에 재미를 느꼈다.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부연했다.

신현수는 ‘이대엽’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한 시집의 글귀를 떠올렸다고 한다. “‘찰나의 순간이었는데 여인과 스쳐지나간 이후에 이 사내의 온 세상은 그녀였다’는 구절이 있다. 이대엽도 사랑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이었는데 수경은 편견 없이 그를 봐줬다. 그 순간 이대엽의 머릿 속은 온통 수경의 세상이 된 거다”고 전했다.

액션 촬영이 많았지만 부상은 없었다. ‘군주’라는 작품에서 호위무사를 연기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사극왕자’로 불리는 정일우와 붙는 신에선 합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호흡이 척척 맞았다.

신현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대엽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17회 엔딩부터 18회 초반까지를 꼽았다. 해당 방송분에서 대엽은 이이첨이 아닌 선조의 장자인 임해군의 아들임이 밝혀진 이후 이이첨에게 칼을 겨누고 친모인 해인당 이씨(명세빈 분)에게 원망을 쏟아내고, 수경에 대한 마음을 접는 등 진폭이 큰 감정의 서사를 드러냈다.

약 20분 분량을 위해 일주일간 촬영을 한 밀도 높은 장면이었다. 신현수는 "짧다면 짧은 20분이 내가 이 작품에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했기에 가장 집중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다행히 현장에서 감독님도 만족했고, 호흡을 맞춘 명세빈 선배님도 훌륭하게 잘 대엽이를 표현하는 것 같다고 말해주셔서 행복하고 뿌듯했다"고 밝혔다.

서른 초입에 들어선 신현수는 “내 필모그래피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이대엽은 마지막회에서 아버지인 줄로 알고 살아왔던 이이첨의 칼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신현수는 “세드 엔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엽이의 엔딩으론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죽음일 순 없겠지만, 불행한 죽음은 아니었다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장면을 촬영한 후 그는 한동안 먹먹한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죽는 장면은 처음이라 인간 신현수에게도 타격이 컸나보더라. 눈물이 계속 나왔다. 촬영이 끝나고 배우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기분이 이상하다’고들 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 날까지 멍했죠.”

정일우, 권유리와는 ‘전우애’를 느끼며 촬영했다고 한다. “누구 하나 빼지 않고 몰입해 대본을 맞춰보면서 작품을 연구해나갔다”는 것.

그는 “정일우 형은 대입이 잘됐다. 사극을 많이 해서인지 배경지식이 많더라. 한번은 악수를 하려 했는데 조선시대에선 악수가 없었다고 하더라. 그런 포인트들을 잘 잡아줬다”고 고마워했다.

권유리에 대해서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분위기나 톤이 이미 잘 어울렸다. 쪽머리가 잘 어울리더라. 권유리의 깊이에 놀랐다. 이 친구가 생각이 깊고 작품을 대하는 게 진심이겠구나 느껴졌다. 뜨겁게 열정적으로 임해줘서 되게 감사했다”고 돌아봤다.

또, “이재용, 김태우 선배님에게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며 “내가 선배님들의 나이가 되면 저런 선배가 되어야겠다는 완벽한 청사진을 그려주셨다. 덕분에 연기하는 즐거움을 느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신현수는 조급함이 없다. 확 불타오르기 보다는 차근차근 자신만의 길을 걷고 싶어한다. 그는 “내 필모가 마음에 든다”고 빙그레 미소지었다.

“만나는 인물마다 다르다는 얘길 들을 때 기분 좋다. 코로나 시국에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했다.

작품을 하지 않을 때는 사진과 그림으로 재충전을 한다. “아버지가 어릴 적에 찍어주신 제 사진들이 많은데 선물 같더라. 조카 돌잔치 때 3대를 사진으로 담는데 제 족적에 의미있는 사진으로 남더라. 내 취미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또 우울감이나 외로움이 깊어질 때 혹은 그리움을 강할 때 그림을 그린다. “음악 틀어놓고 이젤 펼쳐놓고 작품 끝나고나면 그림을 그려요. 내 감정을 다 쏟아내죠. 그러면 좀 개운해져요. 자화상이나 꽃그림을 주로 그립니다.”

2018년 MBC ‘복면가왕’에 출연해 숨겨온 노래실력을 보여준 신현수는 “예능 출연에 거부감은 없다.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꼭 출연하고 싶은 예능이 있긴 해요. ‘6시 내고향’이에요. 경남 고성에 계신 외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는 프로그램인데, 제가 거기에 꼭 나왔으면 하셨어요. 할아버지의 소원을 이뤄드리고 싶어요.”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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