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현수막 철거 자리엔.. '범 내려온다'
대한체육회가 도쿄올림픽 한국 선수촌 아파트에 걸었던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철거했다. 이 자리에는 곧바로 ‘범 내려온다’ 현수막이 설치됐다.
17일 일본 도쿄 하루미 지역 올림픽선수촌 한국 선수단 숙소에는 태극기, 팀코리아 현수막과 함께 ‘범 내려온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궁서체의 ‘범 내려온다' 글자 밑에는 호랑이 형상의 한반도 지도가 새겨져 있었다.
대한체육회는 14일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설치했다.
이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남긴 ‘금신전선상유십이(今臣戰船尙有十二)·신에게는 아직 배가 열두 척 있나이다’라는 보고 문구에서 따온 것이다.
체육회는 현수막 설치 이유에 대해 “선수단에 힘을 북돋아 주고, 국민 응원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은 해당 현수막이 ‘반일 감정’을 불어 일으킨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극우 단체는 16일 한국 선수촌 앞에서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은 “여러 가지 관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치적 메시지로 인식되는 것들은 삼가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측은 한국 선수단 사무실을 방문해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 이후 서신을 통해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는 전투에 참가하는 장군을 연상시킬 수 있다. ‘IOC 헌장 50조’에 위반되므로 철거를 해야 한다”고 공식 요구했다.
대한체육회는 현수막 문구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설명하면서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IOC는 모든 올림픽 시설에서의 욱일기 사용에 대해서도 같은 조항을 적용하기로 약속해 상호 합의하에 철거를 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순신 장군 현수막은 설치 사흘 만에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범 내려온다’는 현수막이 설치됐다.
한편 ‘범 내려온다’는 퓨전 국악 밴드 이날치가 지난해 5월에 발매한 곡이다. 조선 후기 판소리 중 하나인 ‘수궁가’의 범이 내려오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특히 한국관광광공사와 협업해 만든 ‘범 내려온다’ 뮤직비디오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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