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박지수처럼 힘든 길을 걸었던 선배 강철의 응원

김태석 기자 2021. 7. 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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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김학범호가 도쿄로 떠나기 전날 부랴부랴 팀에 합류한 박지수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와일드카드에 여러 선수와 더불어 물망에 오르긴 했지만, 동료들과 국내에서 발 한 번 못 맞추고 대회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기에 부담도 꽤 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20년 전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있었다.

이동국·이천수·박지성 등 훗날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성장한 선수들이 가득했던 시드니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은 대회 개막 직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 때문에 어수선했다. 허정무 당시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본래 홍명보·김상식·김도훈을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바 있는데, 이중 수비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홍명보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당시 아시아 최고의 수비수로 우뚝 섰으며 리더십까지도 출중했던 홍명보에게 주장 완장까지 맡길 정도로 커다란 신뢰를 내비친 바 있으나, 하필 첫 경기 스페인전을 앞두고 장딴지 부상을 당했다. 허 감독은 고심 끝에 홍명보를 돌려보내고 못잖은 경험을 갖춘 베테랑 강철을 선발했다.

선수단이 이미 호주에 적응 훈련을 마치고 첫 경기 킥 오프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난데없이 호출을 받은 강철은 정신없이 호주까지 달려가 스페인전을 치렀다. 그리고 그 스페인전에서는 전반전에만 세 골을 내주고 0-3으로 무너졌다. 강철은 이후 치러진 모로코전·칠레전에서 연거푸 풀타임을 소화하며 한국 축구가 올림픽 본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2승을 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이 스페인전 패배 때문에 대표팀은 8강 진출에 실패하지 못했다.

두 경기에서는 제대로 이름값을 하며 나름 명예회복을 했지만, 올림픽 본선 도전사에는 우수한 기량과 풍부한 을 가진 와일드카드라고 할지라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무작정 기용하면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사례로 남아있다.

"결국 (박)지수로 바뀌었어요? 그래도 나보다 낫네. 전 현지에서 겨우 합류했거든요."

강철 전 대전하나 시티즌 수석코치는 <베스트 일레븐>과 인터뷰에서 당시를 추억했다. 강 전 코치에게 당시의 기억에는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는 영광과 스페인전의 아픔이 뒤엉켜 있다. 강 전 코치는 "스페인전을 앞두고 호주로 넘어갔잖아요. 합류한 후에 정신이 없었어요. 한국에서 감기 기운도 있었고, 운동도 제대로 못 한 채 하루 함께 훈련하고 스페인전을 뛰었어요. 전반전을 어떻게 뛰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결국 전반에만 세 골을 내주고 교체되어야 했죠"라고 당시를 씁쓸히 돌아봤다.

강 전 코치는 "당시 감독님이셨던 허 이사장님이 불러주셔서 지금도 영광이고 감사했기에, 그때 (김)도훈이랑 죽어라 한번 뛰어보겠다는 다짐도 했어요.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라고 당시 경험에 무척 아쉬워했다. 갑작스러운 부름 덕에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이어 시드니 올림픽까지, 올림픽 본선을 두 번이나 경험한 흔치 않은 이력을 가지게 된 강 전 코치지만 그 스페인전 패배는 여전히 가슴에 아프게 남아있다.

그래도 강 전 코치는 박지수가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이었다. 강 전 코치는 "그래도 저하고는 케이스가 달라요. 지수는 지금 컨디션 체크할 필요가 없잖아요. 대회가 벌어지는 곳이 시차 적응이 없는 가까운 장소니까. 물론 외부에 있다가 연령별 대표팀에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만, 그저 선수들과 조합을 잘 맞출 것인가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김학범 감독님께서 공들여 다져놓은 선수단에 어떻게 잘 녹아들지 고민하고 노력하면 충분히 잘 해낼 겁니다"라고 응원했다. 강 전 코치는 박지수에겐 충분히 능력이 있으니 자신보다 더 나은 길을 걸을 거라 내다봤다.

한편 김학범 감독은 16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하나은행 초청 올림픽 대표팀 초청 출정식 경기 프랑스전(0-2패)이 끝난 후 박지수와 관련한 질문을 무척이나 많이 받았다. 김 감독은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하겠다. 눈으로 확인한 후 활용할 생각이다. 차근차근 옆에서 도와줄 예정이니 잘할 것이다. 시간을 갖고 준비한다면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박지수의 활용 방안에 관해 설명했다.

주어진 시간이 적지만 박지수를 꼼꼼히 살펴 활용방안을 찾겠다는 자세다. 박지수 역시 팀 여건에 맞춰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김학범호의 후방이 단단해질 수 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프로축구연맹·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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