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국무부 2인자에 서열 5위 내세우자 미국은 아시아 방문지서 중국 제외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1. 7.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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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 국무부는 15일(현지 시각) 웬디 셔먼 부장관이 오는 18~25일 한국·일본·몽골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셔먼 부장관은 이번 아시아 방문 때 중국도 함께 방문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왔지만 국무부 발표 대상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이 셔먼 부장관 급(級)에 맞는 회담 상대를 내세우는 것을 거부해 미국이 중국 방문 계획을 중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이날 “셔먼 부장관은 중국 톈진에서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려고 했지만, 중국이 이를 거부했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4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 측에 러위청 부부장보다 서열이 낮은 셰펑 미주·정책 담당 부부장과의 회담 및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화상 회담'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셰펑은 중국 외교부 내에서도 서열이 5위로, 미국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셔먼 부장관의 톈진 방문 계획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올해 초에도 미 정부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중국 군부 최고 실세 쉬치량 중앙군사위 부주석의 회담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거절하고 부주석보다 낮은 급인 국방부장과의 회담을 역(逆)제안 했고,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됐다.

중국이 잇따라 ‘어깃장’을 놓는 것에 대해 미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는 FT에 “미국이 알래스카에서 중국에 대해 존중을 보이지 않은 데 대한 보복 성격도 있다”고 했다. 지난 3월 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1시간 넘게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FT에 “중국이 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안 그래도 안 좋은 상황에 (양국 간) 불신과 긴장을 높이는 행위”라고 했다.

다만 미 정부는 셔먼 부장관의 방중(訪中) 가능성이 아예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FT에 “중국 관리들과 계속 (셔먼 부장관의 방중) 가능성을 탐색해 볼 것”이라고 했다. 셔먼 부장관이 이번 아시아 순방서 중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오는 10월 G20(주요 20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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