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0" "관중 수용" "중국인 안전"..IOC위원장 맞아?

바흐 IOC위원장 거듭된 실언에 일본 여론 싸늘
도쿄올림픽 앞두고 델타 변종 감염 폭발할 우려
대회 개막 일주일 앞두고 분위기 조성에 안간힘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둔 16일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태평양전쟁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 헌화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은 오는 23일 개막한다. [히로시마 AP=연합뉴스]

[MHN스포츠 이규원 기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 14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회동에서 관중 입장을 고려해달라고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바흐 위원장은 또 15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하시모토 세이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과의 면담에선 올림픽 참가자들이 일본 거주민들에게 코로나19를 퍼뜨릴 위험성은 '0'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IOC의 수장으로서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도쿄올림픽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창궐로 일본 내 올림픽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지난 8일 도쿄에 도착한 바흐 위원장은 대회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올림픽 분위기 조성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바흐 위원장의 거듭된 실언으로 반응은 싸늘하다.

현재 도쿄에선 델타 변종 바이러스 탓에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해 감염 폭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16일 현재 감염 속도를 추산해 올림픽 직후인 8월 11일께엔 도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평균 2천406명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와중에 바흐 IOC 위원장이 이미 사실상 무관중으로 치르기로 한 대회에 관중을 들이자고 요청한 셈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면'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바흐 위원장의 요청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스가 총리는 코로나19 상황을 주시해 일본 정부와 지방 정부가 협의하겠다는 원론 수준의 답을 내놨다.

일본 도쿄도(東京都) 주오구(中央區)에 설치된 오륜 조형물을 배경으로 한 여성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바흐 위원장의 코로나19를 퍼뜨릴 위험성은 '0'에 가깝다는 주장도 빗나갔다.

올림픽 참가자를 대상으로 8천건 이상의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해 3명만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들어 확률상 대회 참가자들이 일본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도쿄도(都)의 안전을 책임지는 고이케 지사는 IOC의 더 강력한 방역 조처가 필요하다고 역설해 바흐 위원장을 머쓱하게 했다.

IOC는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각 나라 선수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했을 뿐 의무사항으로 못 박지 않았다.

방역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나라에서 온 선수들이 변종 바이러스를 퍼뜨릴까 봐 일본 국민의 걱정이 큰 상황이라 바흐 위원장의 '제로'(O) 발언은 신뢰를 얻지 못하는 눈치다.

바흐 위원장은 13일엔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인"이라고 잘못 말했다가 바로 "일본인의 안전"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한편 바흐 위원장은 유엔의 올림픽 휴전 결의에 맞춰 1945년 원자폭탄 투하로 폐허가 됐다가 평화의 도시로 거듭난 히로시마시를 16일 방문해 세계 평화 증진을 역설했다.

이에 앞서 지역 시민단체인 '도쿄올림픽 취소를 요구하는 히로시마 연락회'는 히로시마현과 시 당국에 바흐 위원장의 히로시마 방문 중지를 청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