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증식 저어새, 800km 날아 1년 만에 귀향

고희진 기자 2021. 7. 16. 21: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한국으로 복귀 후 논에서 먹이활동 중인 방사 저어새. 국립생태원.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7월 국내외 처음으로 인공증식 후 방사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저어새가 중국에서 월동한 뒤 한국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주걱 모양의 부리가 특징인 저어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멸종위기(EN)로 분류된 여름 철새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필리핀 등 동아시아 지역에만 서식한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저어새의 약 90%(1548쌍)가 국내 서해안 일대에서 번식한다.

전체 개체 수는 지난 1월 기준 전 세계 약 5222마리다. 몸길이는 평균 75~80㎝, 체중은 1.5~2.0㎏ 정도다. 3월 말부터 7월까지 번식하며 평균적으로 알을 3개 낳고 주로 새우, 게, 작은 물고기, 미꾸라지 등을 먹는다. 갯벌이나 강 하구 일대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데, 도시 개발로 인해 갯벌 매립이 이어지며 서식지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너구리, 수리부엉이 등의 포식과 인간의 방해 등이 멸종위기를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돌아온 저어새는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지난해 7월 강화도 갯벌에서 방사한 5마리 중 1마리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2019년 5월 인천 강화군에서 구조한 알 10개 중 4마리를 인공증식했고, 그해 8월 인천 송도 갯벌에서 새끼 1마리를 구조해 총 5마리를 대상으로 1년간 야생적응훈련을 했다.

이번에 돌아온 저어새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출발해 하루 만에 중국 저장성 닝보시 리양만에 도착했다. 이 저어새는 리양만에서 월동하다 올해 4월 북쪽에 위치한 타이갱만으로 이동해 28일간 체류했고, 5월 800㎞를 비행한 끝에 전남 고흥군에 도착했다. 현재는 전남 영광군 갯벌 등을 거쳐 충남 보령 해안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현장을 조사해 이 저어새가 단독으로 생활하지 않고 다른 저어새 4마리 및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노랑부리저어새 1마리와 무리를 이룬 것을 확인했다. 방사한 나머지 저어새 4마리 중 2마리는 중국 등 월동지로 이주하지 않고 지난겨울 죽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1마리는 중국으로 이동한 후 현지 탐조가에 의해 올해 3월까지 쑤저우시 타이후에서 서식하는 것이 관찰됐다. 남은 1마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인공증식 저어새의 국내 복귀는 동아시아 고유의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보전을 위해 의미 있는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