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SNS 사용에 지쳐가고 있다면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2021. 7. 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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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제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이 많아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하소연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SNS에서 다른 친구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십대들이나, 유행과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고 혹시라도 놓치는 정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20~30대들이다. 재미로 시작했던 SNS가 어느덧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주립대의 크리스토버 배리 교수에 따르면 SNS를 강박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데에는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르고 넘어가는, 중요할지도 모르는 정보나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한몫한다. 영어 철자를 줄여서 '포모(FOMO)'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FOMO에는 여러가지 다양한 작은 두려움들이 섞여 있다. 도움이 되는 정보나 기회를 얻지 못해서 이득을 보지 못하거나 손해를 보는 것과 다들 아는 이슈에서 혼자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트렌드와 유행, 지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질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그 예다. 

배리 교수에 따르면 십대들의 경우 “친구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친구가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놀고 있을 때면 마음이 불안해진다”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SNS 피로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렇게 혼자 뒤쳐지면 안된다는 두려움이 큰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SNS를 많이 사용하면 더 불행해지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FOMO가 크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SNS를 하는 시간과 행복도 사이 별다른 상관이 없었다. 그러니까 정보나 기회, 관계에서 소외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사람들의 경우 SNS를 확인할 때마다 조금 더 불행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부 다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완벽주의적 태도로 SNS를 하는 경우 재미를 위해 작성된 글이나 이미지를 봐도 별로 즐겁기는 커녕 그냥 정보 수집 같이 귀찮은 일을 하는 기분일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띄엄띄엄 재미있는 것만 골라 보면 재미만 느낄 수도 있을텐데, 강박이 심한 경우 각종 시시콜콜한 소식들을 다 살펴보며 그 과정에서 비교도 하고 과대해석도 하는 등 불행을 잔뜩 수집할 가능성도 크다. 

또 내 주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부 파악하겠다는 목표는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다. SNS로 사람들의 의중을 파악하기란 한낱 인간이 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려운 과제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있어서 표정이나 목소리 톤 같이 감정 상태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는 비언어적 신호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눈 앞에 있는 사람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기억하자. 

이때에도 마치 탐정 놀이를 하는 것처럼 주어진 정보를 나의 제한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짜집기해서 저 사람의 의중은 어떨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일 뿐이다. 즉 마음 읽기란 당연히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어설픈 추론 과정에도 요구되는 것은 더럽게 많아서 가정하기, 상상하기, 경험 재해석, 논리적 사고, 추상적 사고 등 다양한 고등 인지 기능이 활용된다. 즉 정확성은 담보할 수 없지만 피곤함만은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일이다.   

얼굴을 마주보고 있어도 어려운데 랜선으로 눈치를 잘 보겠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 밖에 있는 일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우리는 비언어적 신호 없이 아주 짧은 문구나 이미지만으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도록 만들어지지도 충분히 훈련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파악하고 이에 대해 짧은 댓글로 반응이라도 해야 하는 랜선 사회생활은 어쩌면 바깥 세상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보다도 더 피로가 심할 수도 있다. 

이렇게 정보와 관계에서 소외되는 두려움은 어릴수록 더 클 것 같지만, 의외로 나이와 상관 없이 10대부터 40대까지 비슷한 정도로 나타났다. 다만 '나만 모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비현실적임을 알고, 정보나 기회나 놓치는 것이 있을 수 밖에 없으며 모든 것을 다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피로감이 덜했다고 한다. 

살면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정보나 기회, 사건 사고들은 사실 대단히 사소하고 내가 알든 모르든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 종류의 것들이다. 이런 것들까지 전부 다 파악하는 것이 어쩌면 더 소중한 인지적 자원의 낭비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뇌가 세상 모든 것에 주의를 주지 않고 적당히 부주의하고 적당히 까먹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내가 놓칠지도 모르는 것들이 애초에 대단한 것들이 아니라면 이를 미리 두려워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관련기사

Barry, C. T., & Wong, M. Y. (2020). Fear of missing out (FoMO): A generational phenomenon or an individual difference?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37(12), 2952-2966.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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