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본 최고 선구안" 두 번 외면 받은 한국의 조이 보토

이상학 입력 2021. 7. 16. 05:30 수정 2021. 7. 1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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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곽영래 기자] 한화 정은원 2021.06.12 /youngrae@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30년 이상 야구하면서 본 최고 수준의 선구안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정은원(21)을 칭찬하며 조이 보토(38)의 이름을 꺼냈다. 신시내티 레즈 소속 좌타자 보토는 메이저리그 15년 통산 타율 3할3리 1964안타 306홈런 1006타점 1245볼넷 출루율 4할1푼7리 OPS .932를 기록 중인 강타자. 2010년 내셔널리그 MVP와 함께 올스타에 6차례 선정된 스타다. 

특히 선구안이 좋아 7차례 출루율 부문 1위에 올랐다. 역대 통산 출루율 25위, 현역 2위에 올랐다. 현역 1위는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419). 볼넷 1위도 5차례 차지하는 등 '보토가 치지 않으면 볼'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세계 최고 무대에서도 눈야구의 1인자로 통한다. 

올해 정은원의 선구안도 보토 부럽지 않다. 전반기 팀의 79경기 모두 출장한 정은원은 타율 3할2리 85안타 4홈런 25타점 50득점 65볼넷 57삼진 11도루 출루율 4할3푼4리를 기록했다. 리그 최다 볼넷을 골라내 출루율 전체 5위에 올랐다. 볼넷율 역시 18.68%로 역대 통산 12위. 2010년대 올해 정은원보다 볼넷율 높은 타자는 2015년 한화 김태균(18.7%)밖에 없다. 

대개 볼넷이 많고, 출루율이 높은 타자는 거포 유형. 투수들이 장타를 맞지 않기 위해 조심해서 승부하기 때문에 좋은 볼을 잘 주지 않는다. 1번타자인 정은원의 높은 출루율은 그래서 더 놀랍다. 올 시즌 타석당 투구수도 4.52개로 2002년 이후 최근 20년간 규정타석 중 가장 많다. 투수들이 질리는 타자다. 

수베로 감독은 "정은원이 볼넷을 얻어내는 부분에 있어 굉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프로에서) 30년 이상 야구하면서 지도자로 많은 선수들을 봤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선구안이다. 공을 빠르게 인식하는 능력을 타고났다. 다른 선수들보다 앞쪽에서 공을 골라낸다. 축복받은 능력이다"며 "그 정도 파워는 아니지만 전성기 보토가 연상될 정도로 뛰어나다"고 말했다. 

[OSEN=잠실,박준형 기자] 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진행됐다.3회말 2사 2루 한화 정은원이 1타점 적시 2루타를 날리고 있다. 21.07.02 / soul1014@osen.co.kr

볼넷만으로는 정은원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장타율도 .431로 나쁘지 않다. 순수 장타율(ISO)은 .128로 규정타석 55명 중 30위로 리그 평균 수준이다. 수베로 감독은 "밀어치기를 하던 초반과 다르게 지금은 당겨치기로 장타도 생산한다. 컨택 포인트가 앞으로 왔다. 신체적으로 근육과 힘이 더 붙을 2023년쯤이면 한 시즌 15개 정도의 홈런을 칠 수 있을 것이다. 가진 능력이 많고, 재능이 충만한 선수"라며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가능성을 봤다. 타격뿐만 아니라 견고한 수비, 준수한 주루 센스까지 두루 갖췄다. 

미래를 떠나 올 시즌 성적만 봐도 현 시점에서 KBO리그 최고 2루수는 정은원이지만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에 두 번이나 외면 받았다. 지난달 16일 최종 엔트리에 2루수로는 박민우(NC), 최주환(SSG), 김혜성(키움)이 들어갔다. 유격수 백업이 가능한 김혜성을 제외하면 대표팀 경험이 있는 박민우와 한 방이 있는 최주환에게 밀렸다. 올해 부진하긴 했지만 수년간 검증된 2루수 박민우와 대타로 쓰임새 높은 최주환을 택한 건 감독의 성향에 따라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 수칙 위반 파문으로 대표팀에서 하차한 박민우의 대체 선수로도 외면을 받은 건 예상을 벗어났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2루수나 다른 야수가 아니라 좌완 투수 김진욱(롯데)을 15일 깜짝 발탁했다. 당초 내야 백업과 대주자 역할이었던 김혜성이 주전 2루수로 나설 전망이다. 

정은원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대표팀에 물을 먹었다. 2루수 중 최고 성적이 무색해졌다. 아쉬움이 크지만 이제 그의 나이 만 21세. 수베로 감독은 "정은원이 무서운 건 21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육성 프로그램대로 성장하면 4년 후 25살 때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말한 바 있다.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국가대표가 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좌절할 필요 없다. /waw@osen.co.kr

[OSEN=인천, 이대선 기자] 9회초 2사 만루에서 한화 정은원이 우전 3타점 적시타를 치고 이상훈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1.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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