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8] 디디추싱 ‘외출 금지’
길 떠나는 아들을 앞에 두고 어머니는 문득 아들의 옷에 바느질을 한다. “헤어질 때 촘촘히 옷을 꿰매는 뜻은, 늦게 돌아올까 걱정스러움이라(臨行密密縫, 意恐遲遲歸).” 당(唐)나라 때 맹교(孟郊)의 ‘유자음(遊子吟)’이다.
실과 바늘이 드러내는 가없는 모정(母情)이 본래 주제지만, 누군가 문밖을 나서 먼 길을 가야 하는 ‘출행(出行)’을 말할 때도 자주 등장하는 명시다. 아주 너른 땅이 펼쳐진 중국이라 집을 나서 멀리 나도는 일이 꽤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런 형용은 제법 풍부하다. 우리도 사용하는 발섭(跋涉)이라는 단어가 있다. 본래는 산을 넘고[跋], 물을 건너는[涉] 여정을 가리킨다. 성어로는 곧장 발산섭수(跋山涉水)라고 적는다. 천산만수(千山萬水)도 같은 맥락이다.
집 밖으로 나서는 일을 가장 흔하게는 외출(外出), 출외(出外), 출문(出門)이라고 한다. 여행(旅行)의 앞 글자는 ‘깃발’ ‘군대’의 뜻이었다가 병력처럼 이동한다고 해서 새김을 더 얻었다. 여정(旅程), 여로(旅路) 등이 그래서 나왔다.
군대가 벌이는 정벌(征伐)의 앞 글자도 본래는 먼 길을 이동하는 행위다. 긴 거리를 강조할 때는 장정(長征), 원정(遠征)이다. 그 길 자체를 가리킬 때는 정도(征途), 정로(征路)라고 적는다. 정객(征客)은 곧 나그네다.
‘중국판 우버’라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이 요즘 곤경이다.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멀리 ‘출행’했다가 통제력 상실을 우려한 공산당의 강한 규제에 걸렸다.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의 혁신적 민간 기업들이 잇따라 이런 상황에 처하고 있다.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나다니는 일이 소요(逍遙)다. 어쩌면 창조와 혁신의 토대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민간 기업들이 나설 수 있는 곳은 문밖 조금 앞 정도인 듯하다. ‘장정’은 언급하기 민망하고, ‘소요’는 아예 꿈조차 꿀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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