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꽃무늬 양산
[경향신문]
군산 소룡동 철거 지역에 끝까지 버티고 있던 빈집의 풍경이다. 텅 빈 공간에서 꽃무늬 양산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내 집이었어요’라고 말을 걸어왔다. 주민 대부분은 황해도에서 내려온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땅인들 자기 소유가 가능했겠는가. 국유지에 판잣집을 짓고 살다가 나중에 시멘트 블록으로 교체한 것이 변화의 전부이다. 200여호가 벌집처럼 붙어 있었으며 주민들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살았다. 그마저도 수해위험지구 철거라는 이유로 터전을 잃고 쫓겨나갔다. 땅의 소유권이 없기 때문에 “손에 쥔 것이 거의 없지요”라고 주민이 말했다. 사진집을 만든 후에 찾아갔을 때는 대부분 철거된 상태였다. 그중 형편이 나은 몇 집이 남아 있었는데 ‘보금자리 아파트’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집이란 무엇인가?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는 공간’일 것이다. 거기에 ‘안정적으로’라는 작은 소망을 덧붙여본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서민들의 바람일 뿐이다. 서울 혹은 대도시 특정 지역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라진다. 아파트가 삶의 목표가 되면서 그것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괴감을 들게 한다. 또한 자기 살 집 하나에 그치지 않고 능력껏(?) 돈과 권력을 이용해 부동산 폭리를 취하는 사람들에겐 집은 이미 욕망과 치부의 덩어리에 불과하다. 매일 새로운 아파트가 생겨나는데 서민들의 주거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이들 모두가 안정된 보금자리를 찾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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